2차 유행 코앞인데, 정치권선 착용 의무화 논란
지난달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건 당국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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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데도 전염병 차단 효과가 큰 마스크 착용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탓이 크지만, 사태 초기 전문가들조차 마스크 착용을 등한시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 1만명대이던 하루 확진자 수는 중순부터 가파르게 치솟더니 최근엔 연일 4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1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4월 26일 3만6,0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날 현재 누적 감염자는 250만명, 사망자는 12만5,000명을 각각 넘었다. 사망자 수 증가폭은 감소한다지만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어 결국 사망자 증가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CNN방송은 "일주일 전에 비해 36개 주(州)에서 신규 환자가 늘어난 반면 감소한 곳은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 2곳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기에 경제활동을 재개한 텍사스ㆍ플로리다ㆍ애리조나 등이 새로운 발병 진원지로 떠오른 상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신규 환자 급증에 대해 "검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2차 유행' 가능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날은 정부 내에서도 심각한 경고음이 나왔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CNN방송에 출연해 “두 달 전과 아주 달라졌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유행을 통제할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환자 급증 이유를 경제 조기 개방 때문이 아닌 개인의 부적절한 행동 탓으로 돌렸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코 앞에 닥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의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은 한참 전에 했어야 할 일"이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대통령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CBS방송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는 주정부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피해갔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응답자는 4월 들어 60%대까지 올랐다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보건 책임자는 외출시 마스크 착용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고 사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화적 요인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보건 전문가들조차 마스크 착용을 등한시한 것이 결국 마스크 착용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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