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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충무로에서] 사모펀드 제도에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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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넘버 3'에서 조폭 담당 검사 마동팔(최민식)은 일갈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정말 ×같은 말장난이지. 솔직히, 죄가 무슨 죄 있어? 죄를 저지르는 ×같은 놈들이 나쁜 거지." 거친 말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 법과 제도는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는 것.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하물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모펀드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이 없을 리 없다. 많은 투자자를 울린 라임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바로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람들이 일으킨 비극이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시한폭탄이 내장된 사모펀드가 여럿일 것이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쉬운 길로 가려고 하는 듯하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강화해도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이 또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제도를 보완하고 규제를 강화하다 보면 처음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한 목적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제도 보완이 궁극적인 재발 방지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엔론 사태와 같은 대규모 회계 부정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엔론 사태 이후 회계 제도를 다시 보강했기 때문이 아니다. 버나드 메이도프가 저지른 대규모 '폰지(Ponzi) 사기'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 것도 미국 금융당국이 관련 법규를 강화했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 범죄의 결과가 어떻게 되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사법적 집행을 통해 보여줬을 뿐이다. 엔론은 파산했고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제프리 스킬링 엔론 최고경영자(CEO)는 징역 24년4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메이도프는 수익금 회수에 더해 징역 150년형이 선고됐다. 이런 결과 앞에서 누구도 쉽게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 생각을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우리도 지나치게 온정적인 경제·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경제 범죄 처벌과 관련해 불법 수익에 비례해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비례원칙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결과가 어떤지를 절감할 수 있다.

법을 그물에 비유해 '법망(法網)'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법의 집행이 그물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래에게는 고래만큼 책임을 물어야 하고, 피라미에게는 강과 바다가 허락하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집행의 비례성, 그것이 법의 정의다. 그런데 우리의 법망은 큰 물고기는 빠져나가고 피라미들만 걸리는 마법 같은 그물이다. 제도에 앞서 이 이상한 그물부터 손질해야 한다.

[증권부 = 김기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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