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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Don't look back in anger(화난 채로 뒤돌아보지 마)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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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국제 여성의 날’인 지난 4월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기념행사에 참석한 음람보 응쿠카(Phumzile Mlambo-Ngcuka) 유엔여성기구 총재가 연설하고 있다.


올해는 유엔이 75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다. 유엔은 5년과 10년 단위로 전 세계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아젠다(의제)를 제시해왔다. 그 시대 상황에 맞는 범지구적 의제를 제시함으로써 각국이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정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번 75주년의 의제로는 “Shaping our future together”(우리 함께 만드는 미래), “The future we want”(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제시했다.

앞서 유엔은 55주년이던 2000년에는 MDGs(밀레니엄개발목표)를 주창하면서 전 세계의 빈곤 종식을 밀레니엄 시대의 새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015년 70주년에는 70차 총회와 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를 열고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공표하고, 193개 회원국 정부의 만장일치 의결을 이끌어냈다. 지구환경과 기후변화 대응, 각국의 경제 불균형 이슈도 더는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지구촌 전대미문의 큰 위기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단합된 힘과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모두가 원하는 미래, 그리고 이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라는 아젠다를 제시하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75년을 맞는 유엔처럼, 산하 기구 중 한 곳도 매우 특별한 기념일을 맞는다. 바로 유엔여성기구(UN Women)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여성 권리증진 선언으로 평가를 받는 ‘베이징 선언’(Beijing Declaration and Platform for Action)이 올해 25주년(Beijing+25)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실 베이징 선언 당시에는 유엔여성기구가 아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여성지위위원회가 그 주체였다. 유엔여성기구는 2010년 반기문 총장 재임 시 새로 발족한 기구다.

여성지위위는 경제사회이사회의 기능 위원회로 여성 지위의 제고 등을 전담하는 주요 정부 간 기구로, 전 세계 모든 여성의 권리 증진을 도모하고 어머니와 아이의 지속 가능한 생애 모델 기준을 마련하는 연례 위원회다.

베이징 선언은 1995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공표된 12개 분야(빈곤, 교육, 산모 건강, 폭력, 전쟁, 경제-일자리, 사회 리더 선발, 제도장치, 인권, 미디어, 환경, 여아의 환경 개선)의 361개로 구성된 여성을 위한 우선원칙을 이른다. 이 선언은 현재 전 세계 193개국에서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각국 정부가 양성평등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가 된 베이징 선언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을 옭아매는 불평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7억명 가까운 여성이 하루 1.25달러 이하의 적은 생활비로 살고 있으며, 초·중등에 이르는 보편적 교육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산모 사망률 또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매일 500명 이상의 여성이 적절한 의료시설을 구하지 못한 채 출산 중 숨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를 맴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 3분의 2에 달하는 국가가 ‘가정폭력방지법’을 제정했지만, 2020년 현재 여성 3명 중 1명은 육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사회 역시 데이트나 가정에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의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다.

유엔여성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여성 근로자 대부분은 같은 직급의 남성에 비해 10~30% 적은 임금으로 일한다. 사회와 정부, 의회 내 고위직도 아직은 여성에게 단단한 유리천장으로 불린다. 여성에 대한 법과 제도적 장치, 사회적 인권 수준도 크게 발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SDGs의 5번 목표는 ‘Gender Equality’ 즉 양성 평등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가 전 세계적 목표가 된 점은 이 시대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몇몇 과격한 단체도 있지만,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여전히 이 목표가 평화적으로 달성되기를 대부분 바라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록밴드 오아시스(Oasis)의 가장 유명한 노래는 ‘Don't look back in anger’(화난 채로 뒤돌아보지 마)다. 노랫말 속에서는 여성은 남성에게 화난 채로 뒤돌아 보지 말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이 말을 거꾸로 해야 한다. 지금은 2020년이고, 이제는 남성이 여성들을 화난 채로 뒤돌아보지 말게 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양성 평등과 여성권리 증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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