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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홍콩보안법' 얼마나 세길래... 왜 '일국양제' 종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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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대상 모호, 수위 과도...시위 참가자 모두 체포될 판
'국가안보처' 설치 중국 직접 개입 범위 넓혀 ... 독소조항
한국일보

홍콩 경찰이 28일 도심 거리에 모여있는 시민들에게 속히 해산하라고 외치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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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가보안법'이 30일 법 제정 마지막 단계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직전 미국이 홍콩에 대해 30년간 유지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한 것은 홍콩의 자치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명분으로 내건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는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보안법은 우선 처벌 대상이 모호하다. 따라서 자의적인 법 집행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분열, 정권 전복, 테러는 물론 외부세력과의 결탁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속된 반정부 시위를 향해 홍콩 정부가 "테러집단의 폭동"이라고 줄곧 비판해온 만큼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외부세력과의 결탁'을 처벌하는 조항은 "홍콩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는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해온 중국의 논리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홍콩 독립', '광복 홍콩'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거나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 모두 처벌하는 무자비한 잣대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처벌 수위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다. 당초 거론된 최고 10년 이하에서 최고 종신형으로 대폭 강화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2009년부터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안전수호법'은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제한했고, 중국 본토 형법만 국가전복이나 분열 행위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법안의 소급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치를 강조하면서 중국 스스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깨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위협을 느낀 홍콩 반역운동 지도자들이 하나둘 홍콩을 떠나고 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무엇보다 법 집행과정에서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뿌리째 뒤흔들 우려가 크다. 홍콩 대신 법을 만든 중국이 집행에도 직접 개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홍콩보안법은 중앙정부가 설치하는 '국가안보처'를 홍콩에 두도록 했다. 홍콩의 안보정세를 분석하고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을 제안ㆍ감독ㆍ지도ㆍ협력하는 기구다. 또 홍콩의 사법ㆍ집행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고 명시해 사실상 홍콩보안법 시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대사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판사도 임명할 수 있도록 중국의 개입 권한을 대폭 넓혔다.

중국은 보안법을 조속히 시행하기 위해 홍콩 정부에 맡기지 않고 전인대를 통해 법 제정에 직접 나섰다. 자연히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 차원의 의결 절차도 건너 뛰었다. 2003년 보안법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막혀 실패했던 홍콩 정부는 보안법을 기존 홍콩기본법 부칙에 삽입해 바로 시행에 나서는 꼭두각시 신세로 전락했다.

SCMP는 "홍콩기본법은 7월 1일 바로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이 영국에서 반환된지 23년이 되는 날이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진선은 "경찰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1일 집회와 가두행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홍콩 정부가 실제 보안법을 시행할 경우 대규모 체포와 물리적 충돌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보안법이라는 강력한 통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도 지난 1년간 홍콩 경찰이 체포한 인원은 8,981명에 달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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