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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 이번엔 흑인 시위대에 '총든 백인' 리트윗…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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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 지지를 연상케 하는 영상을 또 리트윗했다. 전날인 28일 "화이트 파워"라고 외치는 남성 지지자의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게시글은 삭제도 하지 않고, 별다른 코멘트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외신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트윗을 잇달아 리트윗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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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백인 부부가 자택 앞을 행진하는 시위대에게 소총을 겨눠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리트윗하며 증폭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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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라온 ABC방송의 30초짜리 영상 하나를 리트윗했다. 영상에는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고급 저택 앞에서 백인 부부가 권총과 소총을 시위대에 겨누며 소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시위대는 라이다 크루슨 세인트루이스 시장의 퇴진과 경찰 개혁을 요구하며 시장 자택까지 행진하는 중이었다. ABC방송은 "백인 부부가 자신들의 자택을 침범할 것이 두려워 총을 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증폭됐다. 전날에 있었던 "화이트 파워" 영상 리트윗 논란이 불거진 지 채 하루도 안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부부를 옹호한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들끓는데 굳이 논쟁이 될 일을 벌인 의도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백인 지지층 결집? 러시아 스캔들 회피?…리트윗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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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BC 방송의 '흑인에게 소총 겨눈 백인 부부' 영상을 리트윗했다. 메시지를 적지는 않았지만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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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불리한 대선 국면의 초조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백인 지지층 결집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대선 판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지율은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고 있고, 3개월 만에 재개한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는 흥행 참패로 끝났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까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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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유세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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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 지지층인 백인, 그중에서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편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내내 여러 차례 백인우월주의 발언을 해왔다며 지지층에게는 이미 백인우월주의자로 각인됐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고,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장군이었던 앨버트 파이크의 동상을 "아름답다"고 변호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또 전날 논란이 일자 '화이트 파워'라고 외친 남성의 영상은 삭제했지만, 정작 그 말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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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고급 저택 앞에서 백인부부가 권총과 소총을 시위대에 겨누며 소리치는 모습. [ABC방송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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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은 전날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불거진 제2의 러시아 스캔들에 주목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가 무장단체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를 사주한 것을 알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 주요 언론도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하며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가디언은 제2의 러시아 스캔들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날 백인 부부 리트윗이 화제를 돌리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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