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fn스트리트] 기후 악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베리아가 불타고 있다.' 눈 덮인 동토(凍土)를 떠올리게 되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다. 극동 시베리아의 야쿠티아공화국 베르호얀스크는 전례 없는 '뜨거운 여름'을 맞았다. 6월 20일 역대 최고기온인 섭씨 38도를 기록했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주부터 산불이 크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북극 부근까지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예상보다 훨씬 빠른 온난화로 빙산이 녹고 산불이 늘어나고 있다"(조너선 오버펙 미시간대 환경학 교수)는 분석이다. 지난해 호주 산불이 그렇듯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이를 촉발하는 요인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내뿜는다는 차원에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비판받고 있음을 환기했다. 6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그린뉴딜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직격하면서다. 기후악당은 국제환경단체 등이 석탄 소비가 줄지 않는 국가들을 한데 묶어 비판하는 용어다. 반 위원장이 "정부가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인다지만, 2034년 목표치가 1990년 수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 호주 등이 기후악당으로 분류되는 건 그렇다 치자. 문제는 우리도 이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전력 다소비 업종이 대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환경성'(미세먼지와 탄소 절감)과 '경제성'(값싼 전기)이라는 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니 발전 효율성이 걸림돌이다. 이 간극을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우려 해도 탄소 배출이란 원죄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렇다면 탈원전 가속 페달만 밟을 게 아니라 당분간 재생에너지원과 원전이 병존하는 에너지믹스 전략을 짤 때라고 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