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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채널A 수사 관여말라" 이성윤 공개항명, 윤석열 즉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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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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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팀이 30일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특임검사급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건의했다. 대검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건의 형식을 띠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항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지검 "자문단 절차 중단, 특임검사급 독립성 부여" 건의



중앙지검은 이날 "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대검찰청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수사자문단은 윤 총장이 소집을 지시한 외부 자문기구다.

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은 수사가 계속 중인 사안으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동시 개최,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아울러 '특임검사'급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중앙지검은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건의했다.

특임검사 제도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제도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사건 이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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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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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범죄 성립부터 설득하라" 거부



대검은 중앙지검이 기자들에게 건의 사실을 밝힌 지 2시간30분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그간 자문단은 대검 의견에 손을 들기도 하고, 일선 (검찰청) 의견에 손을 들기도 했다"며 "중앙지검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채널A 기자)의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대검은 전날 부부장 검사 이상인 대검 연구관, 과장, 부장들을 상대로 자문단 후보 추천을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대검은 지난주부터 자문단 구성을 위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에 두 차례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두 차례 모두 이의제기를 하며 응하지 않았다.

수사팀이 자문단 후보 추천을 거부하면서 대검은 부부장 검사 이상 간부들의 추천으로 자문단 구성을 진행했다. 이 회의에는 일부 대검 부장들도 참석했다. 다만 자문단 추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부장단이 사건 지휘에 관여했는데, 자문단을 추천하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일부 부장들은 급박한 회의 소집에 '패싱' 당했다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팀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수사팀이 이에 불응했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자문단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은 자문단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선정 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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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서울 종로구 채녈A 광화문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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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는 반대 안 하면서…이중잣대"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검찰총장이 지시한 자문단 소집은 거부하면서 협박 피해를 보았다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이중잣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이 사건은 법리적 쟁점이 큰 사안이라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보고 수사팀이 판단해도 된다"며 "굳이 총장이 지시한 자문단만 반대하는 것은 트집 잡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든 자문단이든 수사가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수사심의위는 규정상 검찰시민위원회가 결정하면 열어야 하는데, 자문단은 검찰총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자문단은 법조계 인사들로만 꾸려지는 반면 수사심의위는 법조인을 포함해 회계사, 언론인 등 다양한 학계를 망라해 여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사실관계 규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수사팀 입장대로라면 사실관계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영장부터 청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구속 수사가 구속 기소만을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며 "공범과 관련자 등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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