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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김광일의 입] 문재인 김정은 닮은 점 ‘독식’ ‘무오류’ ‘벌떼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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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체제’의 첫 번째 닮은 점은 독식(獨食)이다. 혼자 다 차지한다. 혼자 다 먹는다. 독식. 홀로 독(獨), 먹을 식(食). 오늘 아침 거의 모든 신문 1면 톱은 ‘승자 독식’, ‘거여 독식’, 이런 것들이다. 하나같이 독식이란 말을 붙였다. 한 신문은 ‘다 삼켰다’, 라고 순 우리말로 달았다. 같은 뜻이다. 문재인 정권의 거대 여당이 혼자 다 삼켰다는 뜻이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176명 의원, 그리고 범여권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본소득당, 시대전환당, 일부 무소속까지 모두 181명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을 뽑는 표결에 참가했다.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은 투표에 불참했다. 그렇게 해서 더불어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을 어제 새로 뽑았고, 지난 6월5일 이미 뽑았던 6개 상임위원장까지 합쳐서 모두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했다. 1987년5월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이고,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러니까 ‘87체제’ 이후론 처음 있는 일이다.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자리 1석이 공석이긴 하지만,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전석을 여당이 가져가는 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우리 국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롭게 전개되는 독식 국가에서 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도 조선노동당 독식이다. 노동당 말고도 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같은 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노동당 일당 독재 체제다.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17개 위원장 자리를 승자 독식한 것과 김정은이 홀로 차지하고 있는 9개 중요 직책들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분명 사리에 맞지 않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체제의 ‘독식’이라는 성격을 비교할 수는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21세기 북한판 대관식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 당 대회를 통해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당과 국가, 그리고 군대의 최고 영도자’로 자리 잡았다. 그가 맡고 있는 9개 중요 직책은 먼저 노동당 국무위원장 자리다. 이어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원 1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 중앙군사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인민군 원수 등이다. 한국 여의도 상황도 비슷하다. 왜냐하면 통합당의 지적대로 민주당이 17개 상임위를 점령함에 따라 "국회는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오늘로 대한민국 국회는 없어졌고 일당독재, 의회독재가 시작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 35조3000억원에 이르는 3차 추경 심의도 단독으로 할 것이고, 7월15일까지 공수처를 출범시키라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공수처장을 민주당 단독으로 내세우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진행할 것이다.

두 번째로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체제의 닮은 점은 ‘무오류(無誤謬)’다. 진짜로 오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무오류인 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권이요 체제라는 뜻이다. 북한 3대 세습 체제의 최고 존엄은 말할 것도 없이 무오류다. 최고 존엄은 곧 체제인데, 최고 존엄에게 오류가 발생하면, 그것은 곧 체제가 잘못됐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쓰든 달든 최고 존엄을 무오류 상태로 유지해야만 체제가 존속될 수 있다. 독재자의 신변 안전과 체제 존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오류를 지켜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선진 자유 진영에서 봤을 때는 오히려 동정심을 유발할 정도로 생존 몸부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도 그런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다. 앞선 정권을 모조리 적폐 정권으로 규정지으면서 출범했기에, 그러면서 말도 되지 않는 ‘도덕적 무결점’을 표방했기에 문재인 정권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자신들의 윤리적 타락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무오류 코스프레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설은 ‘자성(自省)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란 제목을 붙였는데, 문재인 정권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지 못하는 사정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들은 사과를 하고 자성을 하는 순간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로남불’ 전략으로 버티다가 그게 안 되면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어버리려고 시도한다. 자신들이 임명한 법무장관의 일가족이 백화점식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도, 그 가족이 희대의 파렴치범이었다는 것이 밝혀져도 문 대통령은 사과할 수 없다. 문 대통령도 운동권 집권 세력들에겐 최고 존엄이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같은 상징적 최고 존엄인지, 아니면 실권과 사상을 모두 지배하는 명실상부 최고 존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존재를 중심으로, 그 구심력을 바탕으로 정권과 권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윤미향 사태’가 벌어져 정대협과 정의연의 사기·횡령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절대로 윤미향의 의원직을 박탈하지 않는다. 관련 인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권 기반에 구멍이 생겼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 구멍은 걷잡을 수 없이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체제는 ‘벌떼 공격’이 닮았다.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건드렸다고 판단되면 일단의 벌떼들이 좌표를 찍고 덤벼든다. 일례로 멀리 되돌아갈 것도 없이 이번 6월 한 달 동안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자마자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같은 대내외 기관지와 선전매체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벌떼 공격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청년 대학생과 공장 직원들도 험상궂은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놓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이어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권도 비슷하다. 일부 친문(親文) 사이버 부대가 지난 29일 공격 좌표를 찍었다. 이번에 겨냥된 대상은 전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친노(親盧)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친문 사이버 부대 대원들은 온라인에서 조 교수를 ‘반역자’라고 부르며 "어디 일국의 대통령께 무례한 언사로 까내리려는가(깎아내리려는가)"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조 교수 집안 욕도 했다.

이들은 여·야 구분 없이 문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흠집이 나게 하는 사람이면 가차 없이 공격한다. 이달 중순 박병석 국회의장도 상임위원장 및 예결특위 위원장 배분안을 놓고 통합당 측 입장을 고려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가 친문의 맹공격을 받았다. 북한 김여정이 친문 부대의 좌표에 찍힌 적도 있다. 이달 초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위협하는 언사를 쏟아낸 데 이어 옥류관 주방장까지 "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떨더니…"라며 막말을 하자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북한에 미사일을 날리고 싶다" "미친×들, 벌레가 사람 흉내를 내느냐"며 분노했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점차 공조하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30명이 국회 예산정책처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예산정책처가 추경안 등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야당 편이냐며 역할을 줄이겠다고 압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노무현 정부 때 행정부의 세금 낭비를 줄이려고 여야 합의로 만든 독립 기관이다. 그런데도 벌떼 공격을 당한다.

전문가들은 극성 친문 세력의 행동에 대해 전체주의, 독재 정권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오늘의 요점을 정리하겠다. 옛 말에는 미워하며 닮는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김정은 체제를 닮아가고 있다. 일당독재처럼 혼자서 다 차지하는 독식, 그리고 마치 최고 존엄이라도 되듯 억지로 무오류인 척 우기고 있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면 일제히 들고 있으나 벌떼 공격을 하는 점이 닮았다. 독식, 무오류, 벌떼 공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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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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