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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신이 숨긴 직장' 공공기관서 원장 주도 채용비리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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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일자리진흥원장, 직원 만류에도 지인 채용 강행

감사원, 과기부에 해임 요구, 원장 혐의 부인

조선일보

배정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원장 /사이언스21 웹매거진


공공기관장이 지인을 채용하기 위해 점수 조작을 지시하고 인사부서장이 출장 간 틈을 타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채용 농단'을 저지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30일 공개한 공직기강 점검 감사 보고서에서 배정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이 이 같은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 지적하고 관리감독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배 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 원장은 취임 두 달만인 작년 3월 지인 A씨를 선임급 연구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위원 5명 중 외부인사 3명 전원을 자신의 지인으로 채웠다. 이렇게 구성된 외부 위원 3명이 모두 A씨에게 최고점을 줬다. 나머지 2명의 내부 면접위원은 최하점을 줬다. 결국 A씨는 탈락했다.

그러자 배 원장은 직원들에게 합격한 사람의 면접 점수를 고치도록 해 탈락시키고 그 대신 A씨를 합격시키려 했다. 또 수습기간 합격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주고 중간 평가에서 면직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배 원장의 이 같은 부당 요구에 반발하며 가로막았다.

배 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 달 뒤인 그해 4월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선임급 연구원 결원이 생기자 또다시 A씨 채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A씨의 흠결 사항을 숨겨주려고 협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전에 근무하던 한 공공기관에서 금품수수 비리로 해임됐던 이력이 있었던 것이다.

배 원장은 인사 담당자들에게 A씨의 비위 사실을 면접위원들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종용했고, 그 결과 A씨는 면접 합격자가 됐다. 하지만 채용 심의·의결을 위한 인사위원회에서 비위 전력이 드러났다. 그러자 배 원장은 인사부서장이 출장을 간 틈을 노렸다. 인사부서장 몰래 지인들로만 구성한 인사위를 개최해 A씨 채용을 의결했다. 배 원장은 2005년부터 A씨를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감사원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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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배 원장은 A는 당연직(當然職) 인사위원의 정당한 심의업무를 방해했고 인사위원회의 독립성·공정성을 저하했을 뿐만 아니라 채용전형 자체의 공정성까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배 원장은 “일부 직원들이 사실 왜곡을 해 오해가 생긴 것”이라면서 이번 채용 비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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