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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미국, 홍콩 특별대우 박탈..."한국 수출 영향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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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ㆍ자동차 등 주력품 영향 제한적”
일부 업종은 반사이익 기대도
물류비용 증가ㆍ항공편 확보 어려움 가능성
한국일보

30일 홍콩에서 친중 지지자들의 홍콩국가안전유지법(보안법) 승인 축하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홍콩=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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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무역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홍콩으로의 수출이 대부분 중국으로 가는 물량인 만큼 영향이 크진 않을 전망이지만, 미ㆍ중 무역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는 상황이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홍콩에 수출한 금액은 319억1,300만달러에 달한다. 중국, 미국, 베트남과 함께 홍콩은 우리나라의 4대 무역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재계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타격은 사실상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홍콩에 직접 수출하기보다 홍콩을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중계무역 거점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홍콩에 관세를 부과해도 우리나라 홍콩 수출 물량 대부분이 중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거란 전망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홍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대부분이 내수가 아닌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들"이라며 "단기적으로 심리적 위축은 있겠으나 수출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무관세 품목이고, 중국 직수출로 전환도 가능하다.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한 국내 반도체는 222억8,700만달러 규모로, 대홍콩 수출액 전체의 69.8%를 차지했다. 홍콩으로 간 반도체 중 90% 이상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화웨이, 비야디(BYD) 등이 있는 중국 심천으로 직수출 하거나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대만을 통한 우회 수출이 가능하다"며 "홍콩이 물류나 금융허브 등 경유지 측면에서의 이점을 상실하게 되면 중국 직수출 비중을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제품이 홍콩을 거쳐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에 그친다. 때문에 현재 1.6%에 불과한 홍콩의 대미 관세가 특별무역지위 박탈로 최대 25%(보복관세 적용)까지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 수출 품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와 함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다행히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홍콩 내수용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2,327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출 물량(240만1,382대)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중국 판매 물량은 한국에서 생산해 직접 수출하거나, 현지 생산이 이뤄지고 있어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인한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6월 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울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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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종은 오히려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미국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중인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광학기기, 철강제품, 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이다. 또 미국 내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면 국내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 비용이 증가하고, 수출을 위한 항공편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같은 소비재 역시 중국의 통관·검역이 홍콩에 비해 까다로워 수출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금융, 물류 측면에서 향후 홍콩 역할이 축소되고, 그에 따른 영향이 발생한다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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