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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IT공룡' 습격에 긴장한 금융사들…'반네이버' 협공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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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편집자주] 네이버의 금융시장 진출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 통장에 이어 후불결제와 대출, 보험에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모색하는 등 네이버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카카오보다 뒤늦게 금융사업에 뛰어들곤 있지만 일본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축적된 금융사업 경험과 국내 사업파트너인 미래에셋의 역량을 더해 파급효과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전통 금융업체들을 긴장시키는 네이버의 메기효과와 노림수를 짚어봤다.

[MT리포트]녹색메기? 금융까지 진격하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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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공룡이 금융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는 것을 금융권도 주시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어서다. 그러면서 '치우친 규제'에 대한 불만 섞인 우려도 내놓는다. 빡빡한 규제를 받는 기존 금융사들과 달리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Bigtech)기업들은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다. 금융권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다.

1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통장' 출시에 이어 소액 후불결제 시장 진출도 검토중이다. 하반기에는 보험업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 돌입으로 고객 이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의 금융사업 확대가 미치는 영향을 따져 보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낮춘 뒤 은행에선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지난달 1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238억원이다. 5월 말(643조7699억원)과 비교하면 보름 새 4조원 가까이 줄었다.

은행권은 네이버가 알리바바의 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바바가 '앤트파이낸셜'을 앞세워 금융시장을 공략했듯이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필두로 금융권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할 것으로 본다.

앤트파이낸셜의 전신은 알리페이다. 알리바바는 2004년 전자상거래의 지급결제와 신용담보 강화를 위해 알리페이를 설립했다. 이후 소액대출과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자산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2014년엔 앤트파이낸셜을 세워 금융비지니스 영역을 넓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던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그야말로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네이버파이낸셜도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차츰차츰 금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행보도 앤트파이낸셜과 유사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미래에셋과 협업해 네이버통장을 만든 것처럼 과거 앤트파이낸셜도 알리페이 출시 이후 자산운용사인 텐홍자산운용과 손잡고 위어바오(MMF)를 내놓으며 '거대금융사'로 성장했다.

은행권이 네이버통장을 두고 원금 손실이 있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라며 '통장'이라는 명칭을 쓴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신금융업계는 은행보다 더 긴장감이 크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들이 후불결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자 기존 카드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규제 수준이 다른 건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오는 8월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서도 기존 금융사들은 빅테크를 견제한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본인 정보의 수집·저장·관리를 스스로 결정해 데이터플랫폼에 데이터를 주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규제가 업종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모든 정보에 대한 빗장을 열어야 하지만 IT기업인 네이버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정보만 개방하면 된다. 네이버 본사가 보유한 검색과 쇼핑 기록 등 '알짜 데이터'는 안 줘도 되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에 고객 정보를 이전하는 것도 가능해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네이버파이낸셜만 네이버의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여서 금융사들의 반발이 크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금융분야의 심층데이터와 ICT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분야의 데이터 교류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게 마이데이터 사업의 취지인데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금융회사들은 데이터만 뺏길 뿐 빅테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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