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우려에 안전자산 쏠려
"비중 너무 크게 두는 것은 위험" 조언도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전시된 골드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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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에서 금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등 자산시장이 고평가됐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31.1g)당 1.1% 오른 1,800.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금 선물 가격은 2011년 이후 세 차례나 1,800달러 돌파를 시도하다 번번이 무산됐는데, 8년여 만에 저항선을 넘어선 것이다.
경기회복 기대감 약해지자 금값 다시 '랠리'
금 가격은 올 2분기에만 13.1%, 올 들어서는 18.4% 가량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실물자산인 금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다시 금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팀장은 "통상 달러와 금값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최근에는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와 금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위험 회피(리스크 헤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몇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지 않겠냐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금값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막대한 돈이 풀린 만큼 결국엔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실물자산인 금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란 논리다. 오종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코로나19가 끝이 보인 후에도 유동성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재 금값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달러 넘는다" 전망 쏟아져
이런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2011년 9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1,920.70달러)를 넘어 2,000달러 고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값이 6개월 뒤 1,900달러를 넘어 내년 6월엔 2,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연준은 금을 찍을 수 없다"며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선 자산의 일부를 금에 투자하는 것은 권할 수 있지만, 비중을 너무 크게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현식 팀장은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보인다거나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 금값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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