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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6·17 대책 파급효과 살펴보니… 연내 쏟아질 법인 보유 매물 “잡는 사람이 임자” 안전진단 前 단지 재건축 기약 없이 미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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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나온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 ‘6·17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 꽤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일단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을 제외한 수도권 서부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수도권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곳은 인천(강화·옹진 제외),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등지다. 지방에선 대전과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이 됐고, 경기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인천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 대전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투기과열지구는 48곳, 조정대상지역은 69곳으로 늘어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9억원 초과 주택의 LTV가 20% 적용된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내에 전입하도록 한 것도 핵심 규정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이 넘는 집을 새로 살 때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된다.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사실상 수도권 일대에서 3억원 밑의 집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가 전면 금지된 것이나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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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아파트 투자 꽁꽁 묶었다”

아울러 보금자리론에 대해서도 아주 강력한 규제를 꺼내들었다. 지금까지는 젊은 직장인이 보금자리론을 써서 집을 사놓고 여력이 될 때까지 들어가 살지 않아도 됐다. 지금부터는 3개월 안에 들어가서 1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30대 젊은 직장인 중에 집값이 오르니까 다급한 마음에 미리 집을 전세 끼고 사놓고, 추후 결혼할 때 들어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간 많았다. 앞으로는 이런 투자를 위해 저리로 돈을 빌리는 보금자리론을 쓸 수 없게 됐다.

또한 서울시는 잠실 MICE 개발사업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부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송파구 잠실,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아파트를 사서 전세를 놓는 게 불가능하다. 바로 2년간 입주하고 살아야 한다. 왜냐면 아파트를 사는 것은 아파트에 딸린 주거용 토지를 사는 것과 진배없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토지를 구매할 때 원래 목적에 맞아야 만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사놓고 전세를 주는 것은 임대용이지 주거용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가 안 나는 것이다.

또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의 주택을 사들여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합산 기준으로 무조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았다. 지금까지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으면 자동으로 조합원 분양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집을 사고 합산 기준 2년의 실거주 기록이 없으면 자동으로 현금청산의 길을 가게 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철퇴를 빼어든 부분은 법인 투자 영역이다. 법인의 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이 대폭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개인과 법인에 대한 구분 없이 납세자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다. 앞으론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 개인에 대한 세율 중 최고세율을 단일세율(3%, 4%)로 적용한다. 내년 6월부터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6억원 공제도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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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6월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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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이 주택을 팔 때 추가세율이 20%로 인상되고,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가 없어졌다. 한마디로 사택 등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택만 법인에게 허락하고 그 외 다른 목적의 주택은 사지 말라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하반기 법인 보유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인이 2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지금은 6억원 공제를 받아 나머지 14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매겼다. 앞으로는 20억원 전체에 대해 3∼4%의 최고세율로 종부세를 매긴다. 매년 6000만∼8000만원의 종부세를 내는 것이다. 5년간 팔지 않고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세금만 3억~4억원에 달한다. 법인 명의로 고가 부동산을 보유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또 내년 1월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법인세도 크게 오른다. 지금까지는 법인이 부동산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기본 세율 10∼25%를 적용했다. 주택을 처분할 때는 추가로 10%의 세율을 더해서 세금을 매겼다. 결국 법인이 주택을 팔 때 적용되는 세율은 최대 35%정도였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법인의 주택 처분 시 추가로 적용하는 세율은 10%에서 20%로 올라간다. 따라서 만약 강화된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올해 말까지 법인 소유 매물을 내놔야 한다. 내년 6월 부과되는 종부세 폭탄을 피하려면 5월까지 매물을 내놔야 한다. 따라서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를 모두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에 매물을 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앞으로는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집을 사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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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재건축 규제가 엄청나게 깐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인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 및 관리 주체는 지금까지 관할 시·군·구였다. 그런데 이것을 상위 지자체인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마찬가지로 시·도로 바꾼다. 지자체는 선거 특성상 민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민원과 한 다리 더 떨어져 있는 상위 지자체를 안전진단 주체로 내세운 것이다.

지금까지는 안전진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 징역 2년 이하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보고서를 부실하게 썼을 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었다. 앞으로는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쓰면 2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부실 작성 적발 시 해당 기관의 입찰을 1년간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안전진단 시 현장조사를 강화해 정성적 지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쉽게 설명하면 담당자의 재량을 훨씬 많이 인정해서 담당자가 벽을 만져보고 아직 단단하다고 평가하면 서류상 건물이 늙었어도 통과를 안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꾼 것이다.

가뜩이나 재건축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등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그런데 추가로 규제가 더해지면서 이제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재건축 방정식’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통상 재건축은 1차로 아파트가 얼마나 낡았는지 검사하는 안전진단 단계를 거쳐, 추진위를 결성하고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을 거쳐 착공에 나서는 게 통상의 프로세스다. 그런데 이번 재건축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받으려면 무조건 실거주 2년을 해야한다는 규정이 생겨 상황이 복잡해졌다. 올해 말까지 조합이 설립되면 이 의무를 면제받는다. 올해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뒤에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재건축 투자처를 4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먼저 안전진단 통과 전 단계다. 올림픽선수촌, ‘미미삼’으로 불리는 월계시영, 6단지를 제외한 목동신시가지 대다수 단지가 해당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6·17대책으로 안전진단 주체가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뀌었다. 쉽게 말해 안전진단을 통과해주는 절차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한 오래된 단지는 깐깐해진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위해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사실상 시장에선 재건축 연한이 지금 30년에서 40년으로 바뀐 것이나 진배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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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등 토지거래허가제 걸린 강남 아파트

연말까지 급매물 나올 수 있어 잘 살펴봐야

안전진단 고비를 넘은 단지 중 올해 12월까지 도저히 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단지는 기존과 큰 차이는 없을 전망이다. 어차피 빨리 서둘러야 재건축 완료까지 최소 5~6년 이상은 더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깐깐해진 안전진단 고비는 이미 넘었기 때문에 한숨 돌린 상황에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차분하게 계획을 정리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12월까지 조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속도대로 재건축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집주인 중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은 사람들은 남은 기간 동안 2년 실거주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2년 실거주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서두르면 12월까지 조합을 세울 수 있는 단지는 격랑의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이 단지들은 기본적으로 12월까지 조합을 세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2년 실거주 요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 그 이후부터는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 때문에 집을 팔 수가 없다. 10년 보유, 5년 실거주를 채운 예외 매물만 분양권을 거래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에 2년 실거주를 이미 채운 집주인 중 매각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굳이 조합을 빨리 만들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합 설립 이후 주택 매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실거주를 못 채운 사람들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조합단계를 넘어야 되니까 엄청 서두를 공산이 크다. 조합을 세우려면 전체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해관계의 충돌이 추후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합설립 이후 단계 매물이다. 이 단지들은 6·17 대책으로 영향 받는 게 기본적으로는 없다. 따라서 희소성에 의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앞서 설명한 ‘잠실 삼성 대치 청담’ 토지거래허가제가 더해지면 한층 재건축 투자 패러다임이 복잡해진다. 이 일대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 잠실우성1~3차, 대치 ‘우선미’ 등은 ‘재건축 규제 더블쇼크’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사업을 서둘러야 하는 대치 은마의 경우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다.

은마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처럼 불리는 매물이다. 그래서 그간 지방에서 갭투자 형태로 은마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았다. 만약 부산에서 은마에 갭투자한 집주인이 있다면 재건축이 완료되더라도 실거주 여건을 못 채웠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재건축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에 이대로 있다가 은마가 올해 조합설립이 된다면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규정 때문에 이후에는 집을 팔 수 없다. 따라서 현금청산밖에는 방법이 업다.

그래서 올해 안에 이 집을 팔기로 결정을 했다 가정하자.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세입자를 끼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나가기 전까지는 집을 팔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걸려서 이 집을 사는 사람은 무조건 사는 순간부터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있는 동안은 세입자 때문에 못 팔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동안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때문에 못 팔아서 현금청산 시나리오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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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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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까지 끝낸 재건축 단지는 큰 지장 없을듯

따라서 세입자가 나간 뒤에 아예 세입자를 받지 않고 빈집으로 남겨둔 채 ‘전입신고’만 하는 ‘유령집’이 은마아파트에 본격 나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조합설립 이전까지 은마 급매물이 나올 공산이 큰데, 은마아파트에서 2년 실거주를 할 수 있다면 급매물을 잡는 것도 좋은 투자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정부 보완책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국토부는 6·17 대책을 통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할 때 2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에만 분양신청을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대책 발표 이전 정부 발표를 믿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 발표를 신뢰하고 재건축 매물을 산 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전세를 줬는데 하루아침에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4년보다는 8년 장기임대를 권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집중했는데, 그래서 더 문제가 커지고 있다. 만약 8년 임대기간 중 재건축 진행이 빨라져 집주인이 실거주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 꼼짝없이 현금청산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간에 임대계약을 파기하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시장에서는 6·17 대책 발표 전 등록한 임대사업자 중에서 예외적으로 실거주 의무를 감면해주는 등 구제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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