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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인터뷰] 폴 로머 교수 "코로나 2차 유행 오더라도…경제는 어떻게든 열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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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목숨과 돈은 절대 맞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는 이 어려운 질문을 전 세계 이코노미스트들에게 던졌다.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던 지난 4월 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NYU) 교수가 '미국 경제를 책임있게 다시 여는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써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주요 언론사에 뿌렸다. 그 자신도 격리생활로 집에 갇혀 있으면서 경제를 다시 열자고 주장한 것이다. 2주에 한 번씩 미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검진하는 등 최대한 방역에 힘쓰면서 경제 봉쇄는 풀자는 게 골자였다. 인터뷰는 지난달 전화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4월 말 당신이 쓴 미국 경제를 여는 방법과 관련한 보고서가 나왔을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활동 재개 이후 2차 대유행 얘기가 돌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확진자가 급증세다. 세계 경제는 다시 셧다운 모드로 돌아가야 할까.

▷다시 셧다운을 한다면 매우 큰 손해를 볼 것이다. 셧다운은 최악의 상황이 올 때만 고려해야 한다. 경제는 어떻게든 열어놔야 한다. 셧다운 대신 바이러스 전염 확산 속도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각국 정부는 이런 (방역) 방안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다시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이런 방역 방안을 실행해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보고서에서 당신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전체 인구의 5%로 유지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보고서가 나온 것은 4월 말이었다.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미국에서 감염자 수를 전체 인구의 5%로 낮추고 유지하는 것은 이미 너무 늦었다. 감염자 비중을 낮추는 데 그 어떠한 진전도 없다. 만약 보고서가 나온 직후 조치를 취했더라면 5% 목표를 달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경기 침체 둘 다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검사하고 격리하라' 조치를 통해 두 가지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주에 한 번씩 전체 인구를 검사하고 확진자를 격리시킨다면 지금보다 사망자 수는 줄어들 것이다. 경제 상황 역시 이렇게까지 침체되지 않을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과 경기 침체 중 어떤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중점을 둬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이는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에게 달려 있다.

―국민 대다수를 검사하고 격리하는 방식 이외에 경제를 오픈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른 많은 나라들이 쓰고 있는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 조사하는 방식이 있다. 누구를 먼저 검사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직업 등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는 사람들은 격리하면서 경제 제재를 풀 수 있다.

―미국 경제를 다시 오픈한 이후 감염자는 급증했지만 경제는 회복세다. 감염자가 느는데도 회복세를 보일까.

▷보고서에 제안한 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검사 및 격리 같은 조치가 마련된다면 미국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여기서 '회복'의 의미는 사람들이 직장에 돌아가는 등 코로나19 위기 이전처럼 경제·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런 조치가 없다면 바이러스 전염은 또다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런 조치는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줄이며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 없이 경제활동을 재개한다면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퍼질 것이다. 결국 또다시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사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경제활동 재개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했다. 이는 경제 재개만 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6월 초 미국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 동안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7조900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경기를 회복하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다.

―각국 정부는 전례 없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실행에 따르는 문제는.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그냥 경기 침체가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될 경기 침체다. 대규모로 지출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 따르는 문제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경기 부양 규모를 놓고 걱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명심할 점이 있다.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방안 없이 경기 부양 대책만 내놓는 것은 아무 쓸모없다. 반드시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동시에 경기 회복 대책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경제위기로 규모가 큰 기업들마저 무너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정부 지원 구제안 대상자가 돼야 할까.

▷경기부양책을 실행할 때는 능력 있고 효과적인 관료 체제가 요구된다. 미국에서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미국 정부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 대해 얘기하자면 모든 규모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맞는지는 각 국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하고 싶다. 다만 투명성이 중요하다. 모든 기업을 똑같이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규모, 기업이 속한 시장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어떠한 지원을 펼치는지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무언가를 감춘다면 사람들은 의심을 시작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비밀리에 지원하는 기업이 생겨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 새 성장엔진은 헬스케어서 나올 것"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된다면 향후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은 무엇이 될까.

▷가까운 미래에는 헬스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모두 당장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후에 올 팬데믹에 대비하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중점을 둬야 할 점은 '우리 사회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다. 헬스케어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가치 있는 사항이다.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하다. 건강과 교육 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이 사용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 회복 측면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국가에 따라 경제 회복 속도는 다를 것이다.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회복 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무역을 해왔던 상대 국가들이 아직 경기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 부문 수요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각국 정부는 경제활동 재개와 바이러스 확산 방지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나.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완전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물론 중국을 보면 바이러스 확산을 조절한다고 해서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출은 줄어들 것이다.

한국 역시 코로나19 위기 관리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확진자가 생기고 있긴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무역에서 수출 수요 감소와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2022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로 충분한가.

▷현재 연준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하지만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화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더 많은 경기부양책이 따라와야 한다.

▶▶폴 로머 교수는…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

미국 콜로라도 출신으로 시카고대에서 수학과 학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카고대, UC버클리, 스탠퍼드대 등에서 교수로 커리어를 쌓은 후 2010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교수직을 맡으면서도 왕성한 외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탠퍼드대에 재직할 당시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 아플리아(aplia)를 창업했고, 해당 회사는 2007년 출판사 센게이지러닝에 매각됐다. 뉴욕대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2016~2018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김용 당시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일했다. 로머 교수는 인력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는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오랫동안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됐고, 2018년 드디어 그 영예를 안았다.

[한예경 기자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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