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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커머스 창업 준비" 꿈에 부푼 `新실버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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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부머의 퇴장 ② ◆

"무지개 모양이 와이파이입니다. 꽉 찬 것으로 선택하는 게 좋아요."

지난달 13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의 한 교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녀 스무 명 남짓이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폰 조작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수업 첫 개강일인 이날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휴대폰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법부터 가르쳤다. 잔주름이 지고 머리숱이 휑한 중년들은 안경 너머로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틈틈이 종이에 수업 내용을 받아 적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신(新)노년 세대라고도 불릴 만큼 교육 수준, 건강 수준, 경제적 수준, 근로 경험 등에서 현 노인 세대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변과 활발히 소통하고 스마트워치 같은 디지털 기기에도 능숙하다. 키보드 자판을 치는 것이 버거워 자식 등 젊은 세대 도움을 받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기자가 방문한 중년층 대상 홈페이지 제작 수업 현장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사업을 위해 정보기술(IT)을 배우는 베이비붐 세대가 많았다. 서비스 자영업을 하는 수강생 김 모씨(57)는 "유상 광고가 너무 비싸 홈페이지로 영업을 해보려고 한다"며 "생존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T경영 전공 대학교수 출신인 천 모씨(61)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커머스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인생 2막을 계획하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이제는 온라인에 친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IT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으로 30여 년간 근무하고 2년 전 퇴직한 김 모씨(65)는 동년배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홈페이지 제작을 배우게 된 계기는 온라인을 통해 극단을 홍보하고 싶어서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대학 강사 윤 모씨(57)는 "퇴직하면 블로그를 운영하며 나 자신을 소개하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중년층의 IT 친화도는 높은 편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58~66세 중년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중년층이 네이버 밴드 등 SNS를 사용하는 비율은 79%에 달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친구·지인과 연락·교류(42%), 취미·관심사 공유(29%), 뉴스·이슈 등 정보 획득(23%)을 한다고 응답했다.

사회활동 지속에 대한 강한 욕구도 확인됐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응답이 59%,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는 대답이 58%에 이르는 등 여전히 활발한 사회 참여를 희망하고 있었다. '국가에서 동호회, 교육 프로그램 등 커뮤니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9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지금의 '50플러스 세대'는 교육 수준이 높고 경험과 역량이 풍부하다"며 "유튜브 채널 등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가 크고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려는 의지도 기존 노인 세대보다 훨씬 강하다"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 팀장 이지용 / 김태준 기자 / 문재용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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