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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금융시장 주목하는 ESG, ‘코로나 수혜테마’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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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아가는 ‘지속가능투자’

코로나로 기업 지속가능성 더 관심

환경·사회적 사업에 큰손 주목 늘어

유럽·미·일 등서 발달한 ESG 시장

투자·채권 발행 규모 매년 증가세

ESG 원화 채권 발행잔액 60조

그린본드 이어 소셜본드 각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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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계기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와 채권 발행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에스지 관련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기업, 금융회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자 등 경제주체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스지는 경제분야의 사회적 책임을 금융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유엔이 2006년 사회적 책임투자원칙(PRI)을 제정하면서 성장의 토대가 마련됐다. 유엔은 기후변화 대응과 빈곤·불평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의 장기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금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끌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이를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패러다임 변화’ 포럼에서도 국제금융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단체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이에스지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 협회의 소니아 기브스 전무는 연설에서 부실한 의료시스템 개선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금융에서 기후변화 문제 못지않게 사회적 이슈와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자금조달이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스지 관련 시장은 유럽에서 시작돼 현재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동맹(GSIA) 자료를 보면, 이들 국가의 투자규모는 2014년 18조3천억달러에서 2016년 22조9천억달러, 2018년 30조7천억달러로 증가 추세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이에스지 채권 시장의 경우 지난해 발행 규모가 4665억달러로 한해 전보다 78%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발행잔액은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스지 채권은 발행자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환경, 사회적 사업, 지속가능성 증진 사업에 한정해 사용할 것을 확약하는 특수목적 채권을 통칭한다. 사용처에 따라 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이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에스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양상이다. 국내의 이에스지 관련 투자는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 연기금이 주도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이들 연기금의 관련 투자는 약 27조원 수준이며, 이중 국민연금이 26조7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이에스지 채권 발행은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화채권 발행으로 시작됐다. 수출입은행이 2013년 외화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2018년부터 발행 기관이 늘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원화 채권 발행은 2018년 5월 산업은행이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에는 원화 이에스지 채권 발행이 29조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7월1일 기준으로 발행잔액이 59조9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택저당증권(MBS)을 소셜본드로 발행하는 주택금융공사의 발행분 49조57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발행액이 10조원을 넘는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부터 모든 주택저당증권을 주거복지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소셜본드 방식으로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스지 채권 발행이 주로 그린본드에 집중됐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소셜본드 발행이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이다. 발행기관도 공기업 중심에서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 민간 금융회사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코로나19 금융지원 목적으로 4천억원(만기 1년)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AAA은행채 평균 금리(1.22%) 대비 7bp(1bp=0.01%) 낮은 1.15%로 결정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국민은행은 전했다. 다만,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조달금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이에스지 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있어 조달금리 측면에서도 유리한데 국내에서는 금리가 일반채권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스지 채권 발행 인프라도 점차 확충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5일 관련 채권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종합 포털인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sribond.krx.co.kr)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는 발행기관들의 발행 내역을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로 분류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로는 처음으로 이에스지 채권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발행 전 평가(사전평가)에서는 프로젝트의 적정성과 조달자금에 대한 운영·관리 등이 국제기구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며, 발행 후 평가(사후평가)에서는 당초 계획에 따라 조달자금을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해당 내용을 적시에 공시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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