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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김건희 명품 수수’ 조사 미루는 권익위 이중잣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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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2년 9월13일 김건희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짜리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선물 받는 모습. 사진 왼쪽 아래에 김 여사가 받은 파우치가 든 종이가방이 보인다. ‘서울의 소리’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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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 기간을 또 연장했다.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법정 기한을 넘기는 것은 진상 규명 의지를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신속히 처리했던 다른 사건들과의 공정성 시비도 피할 수 없다. 권익위의 이런 태도는 김 여사의 명품 수수에 대한 국민적 지탄만 더할 뿐이다.



김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과 향수, 화장품 등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19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신고 접수일로부터 60일(공휴일 제외) 안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3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권익위는 조사 기간을 30일 연장하고도 처리 시한(4월30일)까지 조사를 끝내지 않았다. 조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법적 근거도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미 영상자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다. 권익위의 조사 지연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2일 성명에서 “피신고인인 대통령, 조사 대상인 대통령실 등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을 지연해 법적 기한 안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을 묵인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두달 만에 조사를 마치고 대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미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임에도 다시 수사를 하도록 검찰에 넘긴 것이다. 또 권익위는 지난 3월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앞서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 등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조사해 검경에 넘겼다.



이처럼 야당을 겨냥하거나 방송 장악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건은 서둘러 수사기관에 넘기던 권익위가 유독 김 여사 명품 수수 사건에는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명백한 이중잣대다. 권력 눈치를 보느라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권익위의 권위와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행위다. 그런다고 김 여사의 행위를 감출 수도 없을뿐더러 되레 국민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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