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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내년 최저임금 패 꺼내든 노사...올해 심의도 진통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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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인상 1만원 vs 2.1% 삭감 8410원

최초안 추후 조정되지만 협상전략 활용

거친 신경전에 향후 협상 쉽지 않을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법정심의 시한(6월 29일)을 넘긴 최저임금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류기정(경총 전무, 왼쪽) 사용자 위원, 이동호(한국노총 사무총장, 가운데) 근로자 위원, 윤택근(민주노총 부위원장) 근로자위원이 자리하고 있다. 2020.07.01.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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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노사가 1일 내년도 최저임금 패를 꺼내들었다. 노동계는 올해(8590원)보다 16.4% 인상한 1만원을, 경영계는 2.1% 삭감한 8410원을 각각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해마다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의 최초 요구안 제시는 적지 않은 관심사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수차례 협상을 통해 조정되는 만큼 최초안 숫자 자체에 큰 의미는 없지만 최초안을 기반으로 상대의 속내를 읽고 향후 협상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4% 인상한 1만원을 제시한 상태다.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단일 요구안이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무방비 노출된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최저임금위 4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이 이보다 낮게 인상될 경우 이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기준으로 봤을 때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못해도 1만원(월급 환산 209만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이번 요구안이 당초 민주노총이 자체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안보다 낮다는 점도 피력하는 모습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19일 요구안으로 25.4% 인상한 1만770원을 발표한 바 있다. 노동계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총 최초안이 있었으나 양대 노총이 과감하게 8.93%(770원)를 줄였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심의 당시 최초 요구안으로 4.2% 인하를 제시한 데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요구안을 제출했다. 다만 인하폭은 다소 줄었다.

경영계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의 고용상황 악화를 들며 최저임금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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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법정심의 시한(6월 29일)을 넘긴 최저임금위원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박준식(한림대 교수) 최저임금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07.01.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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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올해 경제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과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위원 대표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돼서 소상공인이나 중소 영세 사업장이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노사의 최저임금 요구안 방향은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했다. 그간 노동계는 인상을, 경영계는 최소 동결 내지 삭감을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서로의 패를 확인한 노사는 이날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한 근로자위원은 회의에서 경영계를 향해 "아무리 경영 위기가 와도 삭감안을 내는 경우는 없다. 또 파행으로 가는 거 아닌가 우려된다"며 경영계의 삭감안 제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에 대해 한 사용자위원은 "바꿔서 묻겠다. 올해는 좀 낮게 냈긴 했지만 과거 노동계가 터무니 없이 높게 냈던 것은 왜 그런 것이냐"고 따져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안으로 추후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노사의 이 같은 설전은 협상 과정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양대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의 두자릿수 인상안, 경영계의 마이너스 삭감안 모두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리적인 안을 요구해 추후 수정안에서 어느 정도 입장차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차 회의는 7일 개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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