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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홍콩서는 '독립'깃발'만 들어도 체포...홍콩보안법 첫날만 30여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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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중국 정부가 홍콩반환 23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30명이 넘는 시민들을 체포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전날밤 이 법의 전문 공개와 동시에 효력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행 첫날부터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홍콩보안법을 적용한 첫 번째 체포는 이날 오후 1시 30분 무렵에 이뤄졌다. 홍콩 중심지 빅토리아공원 인근 코즈웨이베이에서 '홍콩 독립' 문구가 적힌 깃발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체포된 것이다. 홍콩보안법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것이 다 반역죄로 최고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법이다. 심지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언행을 한 외국인도 중국 영토에 발을 디디면 반역죄로 체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세계에 적용된다.

이날 홍콩 경찰은 "현재 깃발과 플래카드를 보여주고 구호를 외치는 등 행위는 국가 분열이나 정권 전복 등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홍콩 보안법을 근거로 한 범법행위가 될 수 있다. 당신들은 체포되거나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힌 자주색 깃발을 내걸어 경고했다.

지난 5월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초안이 제출되고 40일이 지난 6월 30일 밤 공개된 홍콩보안법 전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제 중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전세계인에게 "너희들에게 중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홍콩보안법은 총 6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네 가지 범죄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모든 행위에 이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홍콩 시민들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당연히 홍콩 내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홍콩 영주권자나 홍콩에 설립된 기업, 단체가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보안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는다. 중국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중국으로 보내 재판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설치하는 국가안보처가 수사권을 갖고, 기소와 재판은 중국 본토의 최고인민검찰원(검찰청)과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이 지정한 기관이 맡는다.

홍콩보안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그 순간부터 홍콩 의회와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홍콩 정부 내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다. 의원이나 공무원, 법관이 유죄를 받으면 즉각 해임된다. 홍콩의 공직선거 출마자나 공무원 임용자는 반드시 중국에 충성 맹세를 해야 한다.

경찰은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이 매년 7월 1일 개최해온 주권 반환 기념 집회를 올해 처음으로 금지했다. 홍콩 민주화 세력은 이날 오후 시위를 강행했지만, 4000여 명의 경찰이 시내 곳곳을 통제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6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은 홍콩 반환협정 당시 중국과 영국 간 공동선언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를 즉각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홍콩에 ‘한 국가, 한 체제’ 기조를 적용한다면 미국 또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 의회는 정치적 탄압을 받을 위험에 처한 홍콩 주민에게 미 국무부가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홍콩 피난처 법안’을 발의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 등 여야 의원 10여 명이 함께 발의를 주도했다. 정치적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는 홍콩 시민이 자국이나 제3국에서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은 중국 통신기업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이날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는 업체로 공식 지정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나 ZTE의 장비를 새로 구매할 수 없고, 기존에 사들인 장비를 유지·개선할 때는 정부 보조금을 쓸 수 없게 하는 조치다.

대만 정부도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홍콩인들의 망명을 돕는 이민사무소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 를 개설했다.

이날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영국 등 유럽 국가와 미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등 27개국은 공동연설문을 내고 홍콩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공동발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이 제재하면, 반드시 미국에 상응하는 반격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의 리더십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다졌다. 시 주석은 홍콩보안법 통과 직후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공산당이 장기 집권해 전국의 각 민족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에 따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하며 당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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