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룡 대표, 전자칠판 사업으로 두차례 걸쳐 실패
지나친 투자가 화근으로 돌아와
"시장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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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우리 제품이 좋으니까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이고 (투자를 할 수록) 그 결과는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시장을 끌어당길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오판이었다."
하태룡 대표는 2010년 전자칠판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학교마다 분진이 날리지 않는 전자칠판 도입 붐이 불던 시기였다. 80인치 전자칠판이 약 2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학교마다 한 두개씩 구매하는게 유행이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대부분 학교들이 보여주기 위한 식으로 전자칠판을 구매했다"며 "전자칠판 가격에도 상당한 거품이 있었는데, 2000만원 짜리를 팔면 업자들에게 남는 돈이 10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 때 하 대표는 전자칠판 기능을 내장한 프로젝터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품이 많이 낀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 대표는 친구와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해 7~8개월 만에 전자칠판 프로젝터를 개발했다. 당시 1억원 정도가 투자됐다.
2011년 제품테스트까지 마친 뒤, 사업화도 순조로운 것으로 보였다. 학교와 학원 등을 타깃했는데 마침 모 학원에서 1000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하 대표는 이 주문에 맞춰 제조에 돌입했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구매 의사를 밝혔던 학원 측에서 선주문을 해놓고 갑자기 구매하지 않겠다고 돌변했다.
하 대표는 "황당했다. 학원 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전혀 몰랐다"며 "한꺼번에 많이 사겠다고 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구매를 철회하는 일이 많은 업계였다"고 말했다.
하 대표에게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냐고 물었다. "당연히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계약서를 썼어도 손해를 만회하려면 소송을 해야 하는데 법률적 지식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민사소송은 시작하는데만 300만원, 형사소송은 1000만원 이상이 들어가서 결국 소송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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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표는 이후 온라인쇼핑몰로 눈길을 돌렸다. 재고로 남은 프로젝터를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온라인쇼핑몰을 열어 학원들이 자주 쓰는 물건, 각종 비품을 한데 모았다. 하 대표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재고로 쌓인 프로젝터의 홍보효과와 판매를 노렸다. 재고가 3억원 어치 정도인 상태여서 어떻게든 해소를 해야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하 대표는 "이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물었다.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은 A4용지와 커피믹스였다. 프로젝터를 홍보하고 판매할 목적으로 A4용지와 커피믹스를 저렴하게 걸어놨더니, 그것만 판매가 됐다. '낚시상품'을 걸었더니, 미끼만 물어가는 상황이었다.
하 대표는 "쇼핑몰이 돈이 되겠다 싶었는데 정말 많이 팔아야 된 다는걸 알게됐다"며 "월 1000만원어치를 팔아도 100만원도 남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때 하 대표는 A4용지와 커피믹스를 계속 팔아야할지 고민하고 선택해야했다. 당장 그만두지 못하고 2년여를 끌다가 결국 2013년 폐업을 결정했다. 첫 번째 실패였다.
3년 정도를 쉬던 하 대표는 다시 전자칠판 사업에 도전했다. 2015년께였다. 이전에 판매하던 제품이 빔프로젝터와 전자칠판을 묶은 것이라면, 터치스크린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만 떼어서 팔아보자는 구상을 했다.
이 제품은 소위 대박을 쳤다. 하 대표가 설립한 회사는 선도벤처프로젝트에 선정됐고, 연간 매출이 20억~30억원이 나왔다. 전자칠판 기능을 가능하게 해 주는 부품을 따로 떼서 간소화한 게 시장에 먹혀들었다.
그런데 한참 잘 나갈 쯤 오판을 했다. 매년 10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고 20억원 정도 투자를 받는 등 사업이 순항하자 자본을 확 투입해서 제품을 만들어놓으면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 대표는 "시장을 잘못 봤다. 내가 시장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 제품이 좋으니까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이고(투자를 할 수록) 그 결과는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으니까 그걸 시장의 반응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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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제품이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출이 5억원 정도로 절반이하로 줄었다. 학교 쪽에 납품도 알아보고 파트너사를 바꾸는 등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매달 수 백만원 적자를 보는 상황이 되자 2017년에 폐업을 결정했다.
두 번에 걸쳐 폐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하 대표는 "첫 번째는 매출처를 다변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답했고, 두 번째 사업에 대해서는 "확 투자를 늘렸던 게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현재 하 대표는 이미지마이닝이라는 회사로 세번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이 교육과 놀이를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일명 유아용 스크린 스포츠사업이고 브랜드 이름은 '플레이콘'으로 정했다. 지난해 2억원 중반대 매출을 올렸고 올해 목표는 당초 5억원으로 잡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이번에는 시장을 바꾸거나 끌어들이려는 노력보다 시장 자체가 넓어지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제품 하나로 '대박'을 쳐서 시장을 확 끌어들이려는 것보다, '중박' 정도를 거두돼 시장이 더 넓어지는게 오히려 더 이득이라는걸 깨달은 것이다.
하 대표에게 초보창업자들에 조언을 부탁하자 다소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사기꾼'들이 꼬인다는 이야기였다. 하 대표처럼 사업이 급성장할 경우 여러 사람들이 꼬인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당서기를 잘 안다거나 미국 실리콘밸리와 연계를 해줄 수 있다면서 접근하는 식이다. 심지어 미국 조달청에 조달품으로 등록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하 대표는 이들은 모두 이런 제안을 바탕으로 활동비를 요구하는데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사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었다.
최근 창업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근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대부분이 플렛폼 사업이라는 지적이었다. 기자가 "절반 이상은 플렛폼 사업을 하려고하지 않느냐"고 묻자 "현장에서 볼땐 80%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뚜렷한 기술없이 플렛폼 사업을 벌일 경우 기술적으로 나에게 남는건 IR과 사업계획서를 써본 경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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