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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스타트업人] 스타트업 축제를 만드는 ‘행사공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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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인경 매니저와 신나리 팀장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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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26일 양일간 이색적인 스타트업 행사가 열렸다. 스타트업 관련 행사인데, 스타트업이 없는 행사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관련기사 : “국내외 140개 스타트업 기관 한 자리에” 제6회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은 ‘도원결의’ / “액셀러레이터 가치평가는 결국 스타트업이 한다” /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그리고 팬더믹 이후 유망 산업)’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민관 창업 지원기관,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이 모인 네트워킹 자리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15년 이후 매해 주최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조직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다. 자타칭 ‘행사공장’이란 애칭으로도 불리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아시아의 한국인 등 수백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비롯해, 규제 개혁 담론을 제시하는 국회 토론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구성원 입장에서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이벤트는 몇 주 단위로 열리는 중소규모 네트워킹 이벤트다. 대표적인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는 5년 간 129회나 진행된 테헤란로 커피클럽이 있다.

보통 기관에서 행사를 주최할 때는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벤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부 조직원들이 A부터 Z까지 맡아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행사 아젠다를 정하고 연사를 섭외하고, 디자인을 하고, 공고를 내고, 좌석 배치는 물론 뒷정리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한다. ‘스타트업人’ 인터뷰이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하 스얼)에서 축제(행사)를 만드는 실무자, 신나리 팀장, 정인경 매니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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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팀장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하 스얼)의 고인물같은 존재다. 2016년 1월부터 근무했으니 5년 차, 스얼 설립이래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이다. 시작부터 이야기해보자. 스얼로 오게 된 동기나 계기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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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이하 신) : 이전 커리어는 공공기관에서 쌓았다. 스얼 바로 전에는 데이터진흥원에서 DB스타즈 프로그램 업무를 2년 간 했다. 그 일을 하며 스타트업 사람들을 만나며 생태계를 접하게 되었다. 당시 정부 지원 프로그램 방식의 허점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는데, 안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스타트업 씬에 더 깊게 들어와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왕이면 스타트업 지원기관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스얼에 자리가 나서 지원하게 됐다.

기관 경험까지 포함하면 7년 정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었다. 한 기관, 스타트업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는 것이 흔한 건 아니다.

신 : 2014년에 만난 초기 스타트업이 지금 잘 된 것을 보면 신기하고 좋다. 내가 크게 도운 건 없지만, 늘 응원하게 된다. 현재 내가 만나는 팀이 몇년 뒤에 그 팀처럼 된다고 상상하면 즐겁다. 스타트업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재미있고,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스얼이다.

신 팀장은 ‘테헤란로 커피클럽’, ‘재팬 부트캠프’,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을 메인으로 맡고있다. 테헤란로 커피클럽은 스타트업 네트워킹 모임을 표방하는 이벤트다. 2014년 6월 시작해 코로나19로 멈춘 1월까지 총 129회가 진행되었다. 신 팀장은 37회부터 맡아서 진행했다. 커피클럽은 매 행사마다 두 세 팀의 스타트업이 나와서 사업 발표를 하는데, 주제와 팀은 어떻게 선정하나.

신 : 우선 함께 일하는 매니저들과 논의를 한다. ‘이런 팀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수다 떨면서 찾기도 한다. 플래텀 등 언론사 기사도 참고하고, 초기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찾아다니며 주제를 찾기도 한다. 다각도로 서치하면서 리스트업을 하고있다. 기존에 있는 서비스보다는 새로운 서비스, 기존 서비스를 비틀어서 하는 서비스 팀을 우선적으로 본다. 주제가 정해지면 섭외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나 VC와 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을 통해 섭외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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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회 가깝게 커피클럽을 맡아오며 다종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봤을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에 남는 발표자, 스타트업은 누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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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엔씽 김혜연 대표가 기억에 남는다. 발표날에 위 아래 검은색 양복을 입고 왔는데, 알고보니 조부모상 중에 온거였다. 장례식장도 먼 지역이었는데, 아침에 발표를 하고 다시 장지로 가더라. 스타트업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엔씽이 성장하는 걸 보며 ‘잘 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커피클럽을 통해 데뷔한 초기 스타트업이 확연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가 제법있다. 커피클럽이 그들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만족감, 트랜드를 조금 앞서가 멋진팀을 소개했구나라는 자부심이 있다.

2018년만 하더라도 커피클럽에 어느정도 빈자리가 보였는데, 2019년에는 첫 행사부터 꽉 차더라. 커피클럽 뿐만 아니라 런치클럽, 펀딩클럽 등 대부분의 행사가 그랬다.

신 : 확실히 지난해 행사에 찾아와준 사람들이 많았다. 공지를 올리자마자 대부분 빠르게 마감되었다. 작년 행사는 모두 성황을 이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생태계 규모, 관심이 커진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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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 매니저는 스얼에 입사한지 2년 3개월(6월 기준)로 신 팀장 다음으로 스얼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이다. 스얼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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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이하 정) : 대학에서 언론영상을 전공했다. 졸업한 뒤 첫 직장은 협업툴 잔디의 운영사 토스랩이었다. 대학 때부터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토스랩에서 글로벌 인재들을 접하는게 너무 좋았고, 스타트업 씬에 대한 매력을 깊게 느꼈다. 한편으론 더 해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해 미국에 1년 정도 다녀왔고, 다음 일도 당연히 스타트업 씬에서 하려고 했다.

그런 차에 우연히 스얼 공고를 보게됐다. 스타트업에 일하기 앞서 한국 생태계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당시 공고가 채용 연계형 인턴 과정이었는데, 해보고 안 맞으면 원래 생각대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턴을 하며 스얼 일의 매력을 느꼈다.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방점이 있다는 것이 특히 좋았다. 초기 스타트업을 찾고, 그들의 스토리를 들으며 조율하는 과정에도 의미가 있었고. 그래서 남기로 했다.

신 : 인경님이 인턴을 시작했을 때가 부산에서 2년 전 4월에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였다. 준비 과정이 힘들었기에 인경님이 그 행사 끝나고 나간다고 할 줄 알았다. 내심 계속 남아있길 바랐다.

정 : 고민을 많이했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스얼에 있는 다른 매니저들을 보니 내 경력이 일천했기에 경력을 쌓고 와야 하는 조직인가 싶었다. 그래서 나리님에게 술 먹자고 했다. 역삼역 부근 닭발 파는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술의 힘을 빌려서 스얼이라는 조직에 대해 물어봤고, 나리님이 확신을 줘서 남기로 결정했다. 동기부여가 됐고, 도전해도 될 것 같았다.

신 : 인경님를 잡기위해 그런거였다. (웃음)

정 :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2년 간 많이 성장했다. 술먹자고 하길 잘했다. (웃음)

스얼에 새로 합류한 직원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이 있나.

신 : 교육은 따로 없다. 인경님이 입사하기 전까지 한 번도 주니어 레벨 직원을 뽑은 적도 없다. 다들 경력이 있는 사람들었기에 필요 없기도 했다. 일 자체가 프로그램별로 PM을 맡아 하는 구조이기에 처음만 가이드하면 다들 알아서 했다. OJT(On the Job Training)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 : 나한테는 나리님이 움직이는 교재였다. 문서화한 교육이 아니라 따라하면 배움이 되었다.

신 : 인경님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다. 뭔가 하고싶은 게 생기면 당장 해결을 해야한다. 그게 안 되면 잠을 못 자더라.

두 사람의 합이 잘 맞는것 같다.

정 : 정말 잘 맞는다. 나리님이 인풋을 주면 나는 계속 아웃풋을 낸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마음에 안들어 할 때, 나리님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준다. 답답한 상황을 좋은 시그널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게 더 열심히 하게되는 동기가 된다. 그리고 내가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늘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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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매니저는 테헤란로 펀딩클럽, 아시아의 한국인, 테헤란로 런치클럽, 테헤란로 스터디클럽의 PM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건 디자인이다. 정 매니저가 입사한 후 스얼 행사에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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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 스얼에 온 뒤 좋아하게 됐다. 그전까지 포토샵을 조금 다루는 수준이었는데, 캐릭터를 만들려면 일러스트레이터를 알아야했기에 따로 공부했다. 유튜브를 보며 하나 둘 따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디자인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실력이 늘기는 했다.

신 : 디자인과 관련된 건 인경님이 주도해서 하고 있다. 스얼 로고를 활용해 캐릭터도 만들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는 캐릭터 등신대를 비롯해 스티커, 티셔츠 디자인 무늬도 도안해 넣었다. 작년에는 을지로 인쇄소에 직접 찾아가서 발품을 팔기도 했다.

정 매니저는 스얼의 주제별 ‘스타트업 맵’도 만들고 있다.

정 : 나에게 제일 중요한 업무를 묻는다면, 주저없이 맵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턴에서 정직으로 전환했을 때 있었던 고민을 해소해줬던 것도 맵 작업이다. 그전까지 맵은 인턴이 하던 일이었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었고 기준도 각각이어서 일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도전해볼만한 일이라고 봤다. 작업을 하면서 업무 향상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을 보는 눈이 생겼다. 그게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업무에 필요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개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이 즐거워졌고, 성취감도 따라왔다.

신 : 국내에 스타트업을 보여주는 지표가 많지 않기에 중요한 업무다. 인경님이 많이 업그레이드 시켰다.

스타트업 맵을 만들며 숫자로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는건데, 어떤 변화를 봤나.

정 : 2019년에 정말 많은 변화를 느꼈다. 10억 이상 투자받은 기업을 정리하는데 수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더라. 숫자적으로 증가세인건 분명하다.

신 : 트랜드가 바뀌면서 카테고리도 바뀌었다. 예전에 핫했던 키워드는 사라지고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하고 있다.

정 : 맞다. 카테고리가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5~6개로 분류가 됬는데, 지금은 그걸로 부족하다. 명확한 카테고리로 기업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맵 작업을 하면서 그걸 분류하는게 제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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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게 있어도 조직이기에 상사가 허용해야 가능하다. 센터장이나 이사를 어떻게 설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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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 하고 싶으면 하라고 흔쾌히 허락해줬다. 스얼이라는 조직의 장점일거다.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는 이기대 이사가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마음대로 넣어도 된다고 독려해주기도 했다.

보통 기관은 행사를 진행할 때 외부 대행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스얼은 모든 행사 준비를 내부에서 소화하고 있다. 어찌보면 스타트업처럼 일하는거다.

신 : 국내외 행사 모두 우리가 직접 다 어레인지한다. 일을 하는게 중요하기에 의사결정도 빠르다. 커피클럽 등 행사를 할 때도 위에 컨펌을 받는게 아니라 PM을 맡은 매니저가 주제를 결정하고, 섭외하고, 바로 공고를 올린다. 진행과정을 슬랙으로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PM 권한이 많다.

스얼은 후원하는 기관, 기업의 색깔이 안 나타나는 조직이다.

신 : 스얼이 어떤 구조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종종 우리 어떻게 돈 버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우린 생태계나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역할이 아니라, 설명하는 역할이라 말한다.

임정욱 전 센터장(현 TBT 공동대표)이나 이기대 이사 등 배울만한 선배도 한 조직에 있다.

신 : 두 사람한테 정말 많이 배웠다. 일도 일이지만 두 사람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쌓이는 인적 관계도 많다. 믿고 맡겨줬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는 동료같다.

정 : 스얼에 재직한다는 이유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최고의 복지다.

신 : 예나 지금이나 배울 수 있고, 같이 일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또 그런 스타트업을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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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가장 쓰라린 것이 노쇼가 많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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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커피클럽의 경우 평균 4~50%정도 노쇼가 발생한다. 연사 네임밸류가 있다거나 인기 주제로 하는 행사도 30%나 된다. 여건상 못 올 수도 있기에 이해는 되지만, 신청을 하고 안 오면 그 행사에 오고싶어했던 누군가가 못 오게 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정 : 행사 운영자 입장에서 노쇼는 별게 아니다. 문제는 그 행사 참여가 절실했던 사람이 올 기회를 잃는다는 거다. 그게 제일 속상하다. 개선점을 늘 고민한다. 유료로 하는 게 노쇼율을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도 하는데, 우린 비영리다보니 그럴 수도 없다. 여러번 안내를 하는 방식이 현재로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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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유튜브(날갱TV)도 운영 중이다. 회사 업무가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다. 회사일도 아닌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열심히 한다고 수익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본인을 알리는 PR목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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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더 쉽게 접근하고, 대중에게 관련 정보를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스타트업을 조망할 때 대부분 회사 대표에게 포커싱되어 있는데, 팀원과 제품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로 설명하기 보다 영상으로 우리가 직접 전달하면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접근에 대중이 스타트업에 더 관심을 가져주고 스타트업 제품 유저도 더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잘 쓰는 서비스 리뷰부터 시작했다.

정 : 최초의 콘셉트는 스타트업 브이로그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스얼 이름으로 하면 공정성을 감안해야 하기에 주관을 넣기 힘들다. 우리가 느낀걸 그대로 말하고 싶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 있다.

신 : 엄청난 관심을 받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어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들도 즐거운 작업이다.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을 시도 중이다.

정 : 유튜브를 한다고 하니 스타트업을 모르는 친구들이 구독을 해줬다. 그 친구들이 영상을 보면서 ‘파파’ 등 서비스를 따라 이용하는 걸 보고 신기했다. 변화가 느껴졌고, 스타트업을 궁굼해 하니 보람이 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바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사실 유튜브 영상보다는 블로그에 글을 더 많이 쓴 것 같다. 둘이서 주말에 만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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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관련된 것 외 여가생활로 하는 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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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나는 평범하다. 피아노도 배우고 필라테스도 한다. 그런데 인경님은 여가생활이 재미있다. 시집을 두 권이나 낸 시인이다. 책 디자인도 본인이 직접했다. ‘시식회’라는 명칭의 전시회를 두 번 열기도 했다. 전시회 굿즈도 본인이 만들었다.

정 : 생각했던 걸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글을 길게 쓰는 솜씨나 말 재주가 없어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걸 선택했을 뿐이다. 시집이긴 한데, 시라고 생각하고 쓴 건 아니다. 감정이나 기록을 시라는 형식을 빌려 쓴거다.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있어 내게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많아져서 책 형태가 됐다.

신 :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실행으로 옮기더라. 인경님과 일할 때는 말을 조심해야된다. 뭔가 이야기를 하면 그걸 바로 하고 있다. 뭔가에 꽂히면 곧장 해야하고, 스스로가 정한 완성도 기준도 높다. 추진력과 실행력이 뛰어나다.

정 :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웃음)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거다. 뭔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안 하고 있으면 뒤끝이 찝찝하다. 결과물은 해봐야 알 수 있다. 안 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스타트업형 인재다. 하지만 시니어가 되면 주니어가 피곤해할 수도 있겠다.

정 : 걱정이긴 하다. 그동안 조직생활에서 늘 막내였지만, 나도 언젠가 선임이 되고 리더가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다. 위임하고, 신뢰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건 아는데, 빨리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라 후임에게 독이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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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한국 스타트업 맵 여성 대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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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한 맵 작업에서 최근 인상적이었던 결과물은 여성이 대표인 스타트업을 모은 것(Female CEO Startup Map)이었다.

정 : 근래 발표한 것 중 가장 반응이 컸다. 여성이 CEO인 기업이 작년에 정말 많이 늘었다. 다만 투자받은 기업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끝내면 안 될 것 같다. 데이터를 활용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투자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분야를 나누는 등 주제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여성이 주체가 된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 사실 창업 생태계에 창업자 뿐만 아니라 투자 심사역도 여성이 드물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여성이 절반에 달한다. 스타트업 씬에도 유리천장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신 : 여성 관점에서 내놓는 서비스, 특히 팸테크를 이해하지 못 하는 VC가 있다. 창업자 중에 그런 부분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울러 스타트업에서 일을 계속했을 때 사표로 삼을 롤모델도 드물고 층도 얇다.

정 : 맵에 들어간 여성 스타트업의 수가 원래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았지만, 전체 비율로 보면 여전히 매우 적다. 업계에도 여성은 많지만 시니어급은 한정적이다.

신 : 연사나 모더레이터를 섭외할 때 일부러라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한편으로 우리 행사 청중이 여성이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그래서 여성이 더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 젊은 층이 유입될만한 주제 선정를 검토하고 있다.

플래텀이 몇년 간 투자 동향 보고서를 발표할 때 가장 많이 받는 문의가 자신들 회사를 넣어달라는 스타트업, VC의 요청이었다. 사후 요청도 제법 받을거다.

정 : 우리도 그런 경우가 많다. 투자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아서 누락된 경우도 있다. 다만, 스타트업이라면 상관없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에서 요청을 할 때는 난감하다. 단지 상장을 안 했고, 여성이 대표라는 이유만으로는 반영이 쉽지 않다. 투자금 성격도 규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기준이 생기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100% 긍정적인 것만 있지는 않을거다. 아쉬운 점, 고쳤으면 좋을 부분이 있다면. 개인 경험을 이야기 해줘도 좋다.

신 : 스타트업 생태계 밖에있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협업을 생각할 때 스얼을 찾곤한다. 그런데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도 보지 않고, 무작정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기본 정보라고 알고오면 좋을텐데, 그런 것 없이 처음부터 설명을 요구할 때 좀 아쉬운 마음이 있다. 또 너무 당연하게 스타트업 연락처를 요구할 때도 난감하다.

정 : A부터 Z까지 다 물어볼 때는 ‘진짜 궁금한게 뭐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내용일 때가 많다.

신 : 특정 스타트업에 관심있고, 그 스타트업과 협업을 생각하고 왔다면 기본 정보 사전조사는 기본이라고 본다. 그런 것이 너무 없이 오는 회사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히 요구하는 정보를 다 줘야한다는 논조로 말하는 것도 아쉽다.

정 : 맵 관련 데이터를 달라는 곳이 많은데, 사실 맵에서 회사 로고를 누르면 해당 회사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기본 정보를 볼 수 있다. 그것조차 잘 안 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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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현장 /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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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얼 주최의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가 코로나19 와중에도 5회 행사를 치렀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 관련 기관들이 오고싶어하는 행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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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 2015년만 해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금처럼 성숙된 상황은 아니었고, 서로가 잘 모를때였다. 각 섹터의 이야기를 듣고 더 잘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게 스얼이 할 일이었다. 스타트업 기관 관계자 2~300명이 한 번에 모이는 자리는 스생컨이 유일할거다. 바쁜 사람들임에도 스케줄을 빼놓고 기다린다고 한다. 행사는 일부러 워크샵처럼 부산, 제주도, 여수 등 지역에서 개최했고, 올해도 그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라인업이나 강연 주제를 정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이 공유되기에 업데이트되는 것이 많다. 올해는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발표가 비중있게 진행됐다.

오랜만에 열린 스얼표 행사다.

신 : 행사를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상황이 많이 아쉽다. 우린 행사를 하면서 스스로가 에너지를 얻는다. 2월에 다섯 개의 주제로 행사를 할 계획이었는데 다 취소됐다. 심지어 해외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한국인 연사도 섭외를 했었는데 무용지물이 됐다.

보통 회사 업무가 천재지변으로 취소되거나 미뤄지면 좋아하지 않나.

신 : 오프라인 행사가 없어지면서 꾸준히 축적되던 스얼 브랜딩의 공백이 생겼다. 이걸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이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하반기에는 영상으로 이어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 콘셉트를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에 이걸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정 : 정말 하고싶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투자받는 기업은 받는다. 근래 주목받는 기업들을 더 소개하고 싶다. 이 문제를 푸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미션이다. 다만 영상으로만 바꾼다고 모든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오프라인에 와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 씬을 넓게 관찰하는 입장이다. 창업 생태계가 얼마나 변화했다고 보나.

신 : 예전보다 생태계가 확실히 커졌다. 지인들이 예전에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다들 인지할 정도다. 스얼에 처음 왔을 때만하더라도 학생들이 스타트업을 잘 몰랐는데, 지금 학생들은 사회생활 옵션에 스타트업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스타트업 투자도 늘고있다. 정부도 직접 투자를 한다고 한다. 좋은 팀, 투자사, 액셀러레이터도 많이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조금 둔화된 측면은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근래에는 중견기업들 조차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고 칭하는 추세이다. 스타트업 기준을 새로 고민해야할 타이밍인듯 싶다.

두 사람 다 창업을 생각해 봤을거다. 만약에 창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하고 싶나.

정 : 해보고 싶은 건 많다. 스타트업 정보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스타트업 포털도 괜찮을것 같다. 그런 종류의 서비스는 공공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련된 사이트가 많지 않다. UX, UI 좋은, 쉽게 접근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신 : 늘 보는게 스타트업이라 둘이서 창업자에 빙의해 참 많은 이야길 나눈다. 창업자 입장에서 사회의 불편한 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우선 케이터링, 환경, 장례, 예약 등 일을 하거나 생활에서 불편한 부분이 생길 때 필요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 부분이 생기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아이템도 찾고 BM도 구상하고, 재미삼아 브랜드명도 짓곤 한다. 그렇게 둘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게중에는 창업이 아니더라도 코딩을 배워 만들어보고 싶은 서비스도 있다. 그래서 개발을 배워볼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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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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