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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4시간 ‘손목 위 주치의 시대’ 열린다… 스마트 기기로 심전도에 혈압·혈당 측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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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김만득 씨는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워치 모델인 ‘갤럭시 워치3’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갤럭시 워치3를 이용하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정맥 질환의 하나인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 불규칙한 맥박은 혈전이나 뇌졸중 등 중증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 질병의 발병 여부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김 씨는 “스마트워치만으로 간단하고 손쉽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니 한시름 놓인다. 스마트워치를 곧바로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이 의료와 접목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워치가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도구로 떠올랐다. 24시간, 365일 누구나 착용만 하면 생체신호를 수집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기록하거나 경과를 모니터링하기 쉽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까지 차세대 스마트워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손목 위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우리 몸은 매일 다양한 생체신호를 만들어내는데, 디지털 기기로 가장 먼저 측정한 것은 ‘맥박(심박 수)’이다.

심박 수는 손으로 맥만 짚어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한 편에 속한다. ‘갤럭시 기어’나 ‘샤오미 미밴드’는 단순히 맥박을 재는 스마트워치다. 하지만 혈압과 심전도(ECG)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환자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여야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결국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시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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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이어 심전도 측정까지 허가받은

‘갤럭시 워치’

올해 3분기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이 허용된 이후 5월에는 심전도 측정까지 허용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심전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인 ‘삼성 헬스 모니터’를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이 앱은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액티브2’의 센서 기술을 활용해 심장의 전기 활동을 분석해 심방세동을 측정·분석한 뒤 표시해준다.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대표적 질환으로, 심방이 무질서하게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한다. 이 질환을 겪는 대부분 환자들이 증상이 없어 본인 상태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혈전, 심부전, 뇌졸중 등을 포함한 합병증의 위험이 커진다. 심전도 측정은 간단하다. 편안한 상태에서 앱을 열고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팔과 손을 평평한 표면에 올려놓는다. 반대쪽 손의 손가락 끝을 30초가량 스마트워치 상단 버튼에 가볍게 올려놓으면 심전도가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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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워치 액티브2 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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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안에 삼성 헬스 모니터 앱에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해 출시할 계획”이라며 “관련 센서가 내장된 갤럭시 워치 액티브2 및 심전도 측정 기능이 지원되는 스마트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식약처 허가로 스마트워치 기반의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혈압 측정 모바일 앱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갤럭시 기어’나 ‘샤오미 미밴드’처럼 단순히 맥박을 재는 스마트밴드는 있었지만, 혈압을 잴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앱은 삼성 헬스 모니터가 세계 처음이다.

갤럭시 워치는 혈압을 어떻게 측정할까. 사람의 심장이 뛰면서 혈액이 몸으로 분출되면 ‘맥파’가 만들어진다. 맥파는 혈관 벽을 따라 이동한다. 이렇게 생성된 맥파는 혈관 벽을 따라 이동하다가 부분적으로 반사돼 심장 방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때 크고 작은 혈관을 지나며 다양한 파장을 만들어낸다. 스마트워치의 심박센서는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혈관에 비춰 맥파가 모세혈관으로 전달되면서 생기는 혈관의 부피 변화와 그에 따른 빛의 흡수, 반사 분산 정도를 측정해 혈액량을 파악한다. 갤럭시 워치 센서에 반대쪽 손가락을 갖다 대면 측정한 맥박파형을 사용자가 삼성 헬스 모니터 앱에 입력한 ‘커프 혈압계(팔에 공기주머니를 차고 측정하는 혈압계)’의 기준 혈압과 비교 분석해 혈압과 맥박 수 값을 보여준다. 맥파의 모양을 정확하게 봐야 하기 때문에 심박 수만 측정하는 기존 센서보다 고성능의 센서가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혈압 앱을 구동시키기 위해 하드웨어와 품질 규격을 정의했고,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2부터 이 기준을 적용했다.

신호 품질이 일정 기준 이상 되도록 하고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포토 다이오드’를 두 배(기존 4개에서 8개)로 늘렸고, 센서의 배치 등도 조정해 성능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2014년 2월 출시한 삼성 기어2, 갤럭시 S5 스마트폰 때부터 심박센서를 탑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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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심전도 측정 기능 내세운 ‘애플워치’

애플은 2018년 9월 심전도 측정 기능을 갖춘 애플워치4를 공개했다. 일찍부터 스마트워치를 건강관리 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에 기반했다. 일례로 가슴통증, 불규칙한 심장박동, 가벼운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한 80세 여성은 병원에서 놓친 관상동맥 질환을 애플워치로 진행한 심전도 검사를 통해 발견하고 치료해 화제가 됐다. 심전도 측정방법도 간단하다. 아이폰에서 전용 앱을 실행한 뒤 애플워치의 ‘디지털 크라운(액정 옆에 붙어 있는 소형 부품)’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심장 박동의 리듬을 체크해준다. 30초가 지나면 화면에 심박 수와 관련된 차트가 뜨고 심장 박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기능은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었다.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고, 애플워치가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사용자들은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별도 사설 업체를 통해 심전도 측정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애플워치의 ECG 기능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35개 국가·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애플워치를 활용한 심전도 측정 기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체현상 측정기기’ 2등급 적합인정을 받았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으로 추정된다. 심사는 의료기기 컨설팅 업체인 이머고코리아가 대행했다. 애플은 건강관리 기능 개발에 적극적이다. 2019년 말 출시된 애플워치5는 사용자가 넘어지거나 쓰러져서 60초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긴급 전화를 걸어준다. 심지어 스마트폰 없이 애플워치만으로도 긴급 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다. 생리 주기나 소음, 심호흡, 수분 섭취 등을 기록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워치6’에는 첨단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심박 수, 심전도, 호흡, 몸의 자세, 보행 상태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심근경색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면 추적, 혈중산소농도 측정 등이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혈중산소농도 측정기능이 더해지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 밖에도 애플은 공황발작 감지기능, 스트레스 추적기능 등까지 애플워치에 담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중국 샤오미 등 후발기업들은 저가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샤오미가 내놓은 ‘미밴드4’는 3만1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중국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리얼미의 스마트워치도 6만원대다. 하지만 아직 심전도 측정이나 혈압을 측정하진 못한다. 대신 기본 기능인 심박수 센서, 수면 모니터링 기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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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스마트워치 판매량 9000만 대 전망도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코로나19 여파에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1690만 대를 기록했다. 제조사별로 봤을 때 스마트워치를 생산하는 애플은 지난해 1분기 출하량 460만 대와 비교해 10만 대가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26.8%로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화웨이 출하량은 2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

점유율도 6.4%에서 15.2%로 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점유율은 지난해와 같은 10.8%였지만 출하량은 7.2% 감소한 180만 대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 가민과 중국의 후아미는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후아미는 샤오미 웨어러블 기기 전문 자회사다. 가민은 1년 새 30만 대 증가한 130만 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7.5%를 냈다. 후아미도 지난해 50만 대에서 올해 100만 대로 출하량이 늘었고 점유율도 3.0%에서 5.8%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가 헬스케어 기기로 진화해 오는 2022년 연간 판매량이 90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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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심전도(ECG) 측정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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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현행 원격의료 제한 규제 풀려야

국내에서는 그동안 원격의료를 제한하는 현행법으로 스마트워치의 건강관리 기능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 군불을 떼며 규제 환경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원격의료라는 표현 대신 ‘비대면 진료’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청와대는 지난 5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의료상담은 석 달도 안 돼 26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 기기 가운데 이미 의료 시스템 안에 들어온 사례도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워치(MEMO Watch)’가 웨어러블 의료기기로는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일상생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E6546)’ 항목 코드로 분류해 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인의 건강 참고용 수준이던 원격의료 기술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사례로 평가된다.

메모워치는 앞서 2019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내 규제 샌드박스 1호 기기다. 환자가 이 기기를 차고 주기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면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이상 신호를 파악한다. 메모워치에서 기록한 데이터는 의료진에게 전송될 수 있다. 다만 데이터를 토대로 한 진료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의료진이 데이터를 통해 환자에게 ‘내원 권고’를 하는 수준인 만큼 원격의료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행 의료법상 ▲건강검진결과 확인 및 개인 동의에 기반을 둔 자료수집행위 ▲개인용 건강관리 기기를 활용한 체성분 등 측정·모니터링 ▲질환 등 의료 관련 정보에 해당하더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인된 기준·지침·통계 등을 안내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인이 원격으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처방하는 행위(원격진료) ▲의료인이 원격으로 환자를 상담하거나 관리하는 행위(원격모니터링)는 모두 불법이다. 환자들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병원을 찾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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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메모워치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규제 완화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에서도 건강관리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는 것은 향후 의료기관에서 이를 활용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다른 스마트 기기들도 추가로 건강보험 항목에 등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스마트 기기의 최종 승부는 ‘누가 의사의 마음을 얻느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인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디지털 헬스케어 허브로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일반인뿐 아니라 환자의 모니터링 도구로 활용하려면 의료기기 수준의 충분한 임상 근거가 확보돼야 하고, 의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수다. 삼성도 애플워치가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임상시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등 근거 만들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진료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의사들이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리해주고, 미국처럼 의료 수가를 적용해 보상해주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의 다음 목표로는 ‘비침습적 혈당 측정’이 꼽힌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혈당치를 재기 위해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 방식을 쓴다. 하루에 수십 번씩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재야 해서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삼성전자는 직접 피를 뽑지 않고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레이저 빛이 물질에 조사(照射)돼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라만 분광법을 적용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혈당치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당뇨 환자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스마트워치, 피트니스밴드 등 환자가 상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센서를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술이 완성된다면 당뇨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낼 꿈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용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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