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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추미애 "검찰의 지휘 무력화 시도에 당황·좌절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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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지휘에 대한 검찰의 대응을 두고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추 장관은 29일 오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주기관차와 같다.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문민정부가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 초선의원 혁신포럼 강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며 질타한 바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지난 2월에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강력하게 대처하라”는 지시를 검찰이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방역의 긴급성과 감염경로 파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위한 일반 지시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저의 지시도 듣지 않고 그 긴박한 순간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며 “결국 적기에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CCTV를 통한 자료 복구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과 검찰의 갈등을 “검사 출신 장관과 문민 장관의 지휘 차이”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는 “솔직한 말로 검사 장관의 지휘에 말없이 수그려 온 세월은 30년이 아니라 60년”이라며 “문민 장관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수사와 별건 수사, 인권침해를 시정하는 내용이 많다. 보통 대검이 거북해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법적으로는 ‘법무부 외청 검찰청’이지만 현실에서는 ‘검찰부 외청 법무청’”이라고 재차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저를 공격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동력을 상실시키려는 노력도 있을 것”이라며 “저의 역할은 검찰개혁을 대한민국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로 지고 가는 것이다. 다시는 검찰과 법이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 선봉에 서겠다”고 적었다.

이데일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의원생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추 장관이 이날 SNS에 남긴 글 전문이다.

저는 67대 법무부 장관입니다. 그 앞의 66명의 전임자들이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국가 수사의 총량을 설계하고 검찰사무의 지휘 감독을 통해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절한 지휘 감독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검찰청법 8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에 이르러 판사 출신 장관과 변호사 출신 장관이 탄생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교수 출신 장관이 두 분 탄생했습니다. 그 외에는 대다수가 검사 출신 장관이었고 대검은 선배 검사 장관 지휘를 당연히 받아들였습니다. 당시의 장관은 아침마다 개별 사건을 보고받고 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수사 개시와 속도 등에 관해 대검에 일일이 지휘를 내렸다고 합니다. 법부부와 검찰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민화 이후 조직과 힘을 가진 검찰이 우위에 서면서 법적으로는 <법무부 외청 검찰청>이지만 현실에서는 <검찰부 외청 법무청>으로 역전되었습니다. 검찰개혁은 검찰권에 대한 문민통제 즉 민주적 통제에서 출발합니다.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법무부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필요한 것이고,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는 일상적 지휘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지휘함으로써 검찰의 중립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지휘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에 확산 되었을 때 방역의 긴급성과 감염경로 파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위한 일반 지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저의 지시도 듣지 않고 그 긴박한 순간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습니다. 결국 적기에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여 cctv를 통한 자료 복구가 어려워졌습니다.

검사 출신 장관과 문민 장관의 지휘 차이는 그 내용이라 할 것입니다. 검사 장관은 대검과 방향이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문민 장관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수사와 별건 수사, 인권침해를 시정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보통 대검이 거북해하는 내용입니다. 솔직한 말로 검사 장관의 지휘에 말없이 수그려 온 세월은 30년이 아니라 60년입니다. 그럼에도 문민 장관의 지휘는 새삼스럽고 처음이라는 듯,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꺾이지 않겠습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주기관차와 같습니다.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됩니다. 문민정부가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습니다.

저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개혁을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관행은 이미 뿌리 깊게 얽혀 있습니다. 그것을 구호로만, 강한 의지로만 풀 수 없을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완벽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고, 모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은 더디고 힘들 것입니다. 그동안 저를 공격함으로 검찰개혁의 동력을 상실시키려는 노력도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도 말했듯 저의 희생은 무섭지 않습니다. 저의 역할은 검찰개혁을 대한민국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로 지고 가는 것입니다. 다시는 검찰과 법이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 선봉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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