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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상직 지분 헌납 안통했다… 이스타, 출범 13년만에 문닫을 위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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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089590)으로부터 최소 800억원 이상의 빚을 해결하라고 최후통첩을 받은 이스타항공이 출범 13년 만에 벼랑 끝에 섰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은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 최대 주주 이스타홀딩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 측에 공문을 보내 10일 이내에 800억~1000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을 모두 해결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제 삼았던 체불 임금 250억원 외에도 조업료와 운영비 등 그동안 연체된 각종 부채를 이 기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인수 결렬 가능성이 커졌다.

열흘 내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전북 전주 출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군산을 거점으로 설립한 전북지역 민간 저비용항공사(LCC)다. 당시 KIC그룹 회장이었던 이 의원은 "항공 불모지로 여겨졌던 전북을 국내 항공 중심지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스타항공을 출범시켰다.

조선비즈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근로자 대표들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유상 경영본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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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5대로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10년 10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항공기 23대를 운항하는 국내 5위 저비용항공사로 성장한 이스타항공의 경영 위기는 지난해부터 심화했다.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 직격탄을 맞아 전체 여객 수요의 70%를 차지했던 일본 여객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보잉 737맥스 결함 사태에 따른 운항 중단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적자 793억원을 기록, 적자 폭을 키웠다.

악화 일로를 걷던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새 주인을 찾기로 하면서 회생하는가 싶었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꾀하겠다면서 지난해 12월 18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지난달부터 체불 임금 250억원을 해결하라며 인수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상직 의원 일가가 지난달 29일 매각대금 410억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제주항공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 29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년부터 상황이 굉장히 어려웠고 생존을 위해서는 제주항공의 인수밖에는 답이 없다"며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매각을 절실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180도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내부 고위층의 강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전 제주항공 사장)는 협상이 진행되던 5월 초 이스타항공 측에 "당초 올 8월쯤이면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리라 예상했는데, 최근 전문가들에 의하면 연말까지도 힘들 것 같다고 해 상황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체불 임금 등을 문제 삼고 나온 제주항공은 이후 인수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이 열흘 내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가 4개월째 매출 제로(0)에 매달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부채는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 결렬에 대비해 자구안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당장 운항을 재개할 자금마저 부족한 이스타항공이 취할 만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200억원의 자금이 소요돼 당장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경영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노사는 제주항공에 책임을 물으면서도 최악의 상황에선 제3의 인수자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매각대금을 포기하겠다고 한 만큼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5월 초까지만 해도 인수 의사를 밝혀 온 제주항공에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는 내부 의견이 다수다.

이스타항공이 좌초 위기에 빠진 가운데, 회사 조종사 노조는 이상직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 겸 이스타항공 상무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상대로 4대 보험료 유용, 횡령과 관련한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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