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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포퓰리즘 갇히면 한일관계 미로서 헤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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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26일 한국외국어대 장모네EU센터가 개최한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회고와 전망`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표부 대사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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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협력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유럽연합(EU)의 경험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지난달 26일 한국외국어대 장모네EU센터에서 열린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 회고와 전망' 국제회의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표부 대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웃 국가 간 전쟁과 갈등은 숙명이었다. 이는 동아시아나 유럽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양 지역의 지금 모습은 천양지차다. 유럽은 EU라는 단일 기구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개국은 여전히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라이터러 대사는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 간 문제에 대해 '다자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서로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3자와 사이가 좋으면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은 그 3자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며 "EU는 이러한 과정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양 국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도 라이터러 대사는 다자협력을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반드시 양 국가 중 한 곳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EU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 발전을 통한 다자협력을 구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터러 대사는 "국제 관계 갈등에서 국가 간 관계의 중요성 못지않게 개인 간 관계가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되면서 사람들 간에 교류할 기회를 잃어버린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유럽에 모여 공부하고 토론한 경험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다시 고국에 돌아가면 한일 간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주한 대사로 임명된 라이터러 대사는 8월 말을 끝으로 한국 임기가 마무리된다. 라이터러 대사는 "한국인들은 개방적이고 소통이 잘되며 감정 표현을 잘하는 편"이라면서도 "한국의 가장 힘든 대외 관계 중 하나인 이웃 일본과의 관계에서 포퓰리즘이나 국가주의에 호소하는 정치인들에게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는 대단히 활발했다"며 "만약 적국이라면 이렇게 서로 여행이나 유학을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EU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0년이 되는 올해 라이터러 대사는 "수많은 상호 협력할 분야 가운데 '그린딜' 분야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그린딜을 국정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킨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국판 뉴딜에서 그린 뉴딜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린딜 분야 협력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라이터러 대사는 특히 미래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환경 문제는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빚까지 부담하게 될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제회의에서는 라이터러 대사 외에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전 주EU 대사),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 등이 참석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돌아보고 미래 지향적 양자 관계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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