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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경고등' 켜진 이스타항공-제주항공 합병, 파산 수순 돌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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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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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상직 의원 측은 M&A를 통해 수령하게 될 매각대금 410억원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제주항공이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밤 이스타항공 측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을 해결하려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800억~1000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문제가 된 체불 임금 250억원을 제외하고도 조업료와 운영비 등 이스타항공의 각종 미지급금까지 모두 해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맺은 계약서 상에도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10영업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이 같은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보낸 공문에서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의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지분 38.6%를 포기하고 경영권을 제주항공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경영권 귀속을 명시한 것과 별개로 제주항공이 손에 쥐게 되는 매각대금으로 체불 임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도 공문에 담았다. 또 계약 선결 조건인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은 문제가 없다고 명시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 체불 건을 두고 계속 이쪽에서 해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실 임금 체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당초 계약시 이 같은 미지급금은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해 놓고 이제 와서 이스타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이 공문을 요구하며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내부 고위층의 강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석재 AK홀딩스 대표(전 제주항공 사장)는 협상이 진행되던 5월 초 이스타항공 측에 "당초 올 8월쯤이면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리라 예상했는데, 최근 전문가들에 의하면 연말까지도 힘들 것 같다고 해 상황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체불 임금 등을 문제 삼고 나온 제주항공은 이후 인수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미 양측이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소와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 서로 공방을 벌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에 업계에서는 M&A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딜 클로징(29일) 시한을 앞두고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00억원어치를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사 간의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M&A가 무산되면 정부가 애초 제주항공에 지원하려고 했던 1700억원의 지원도 취소될 전망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한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M&A가 무산된다면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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