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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창업 위해 대학 중퇴했지만…한번도 후회한적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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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특별좌담 ◆

매일경제

지난달 말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옴부즈만지원단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청년창업자 특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김정일 아티슨앤오션 대표, 박 장관, 서동은 리본 대표.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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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 후순위인 친구들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동은 리본 대표·21)

"창업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김정일 아티슨앤오션 대표·29)

"교수님 제안으로 창업을 하게 됐지만 선택에 크게 만족한다"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27)

지난 4월 글로벌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국인 스타트업 청년 창업자 3명이 펼친 창업 예찬론이다. 이들은 탁월한 기술력으로 혁신 제품 실용화에 성공한 기술창업자다. 취업 대신 창업의 길을 뚫은 이들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좌담회를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심각한 청년 실업난 속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청년 창업 열기와 창업을 힘들게 하는 걸림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기업에 안 가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박영선 장관=코로나19 와중에도 올해 1분기 기술창업이 0.2% 정도 늘어났다. 취업이라는 가치에 대한 판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창업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뜯어말렸다. 지금은 창업자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앞으로 한국의 100년을 이끌어 갈 3세대 기업이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동은 대표=그렇다. 요즘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 후순위인 친구들이 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실패하고 잘 안 되면 기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스타트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정일 대표=성균관대 건축학과를 1년 다니다 중퇴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학이 아니었다. 고등학교까지는 필요한 것을 주입해줬지만 대학부터는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고등학교와 같았다. 창업하면서 휴학을 시작했고 4년 이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어 결국 중퇴를 택했다. 하지만 내 자원을 고스란히 창업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황경민 대표=사실 대학원 재학생 중에서는 여전히 대기업에 가려는 사람이 많다. 길고 어려운 대학원 생활을 지나 다시 빡빡한 스타트업 생활로 뛰어들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창업하는 것이 좋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아이템이 없다'는 친구가 많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좋은 아이템인데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기술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이 같은 틀을 깨주면 좋겠다.

―직접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때 체감할 수 있는 매력은.

▷황 대표=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대기업에 가든 안 가든 대기업은 똑같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오면 회사를 바꿀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

▷김 대표=스쿠버다이빙 분야에는 오래된 회사도 있고 기업도 많다. 하지만 스쿠버 장비 부문에서 우리는 지난해 1등을 했다. 이런 특정한 사업 분야를 글로벌 차원에서 선도할 수 있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서만 가능하다. 스타트업이 스스로의 진짜 본질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서 대표=단순히 배우고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직접 적용해보고 싶은 사람이 오면 성장도 빠르고 시야도 넓어질 것 같다.

―기술창업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황 대표=의료기기 업체다 보니 임상을 하는데 기계 안전성 테스트를 다 끝내고 해야 한다.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몇 억원씩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임상을 진행하는 기계 부품 하나만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 큰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빨리 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는 힘든 일이다. 의료기기는 제품 허가를 받더라도 또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건보 적용이 안 되면 (비용이 과도해져) 의료기기 사업화 자체가 어렵다. 연말께 우리 제품이 나오는데 제품 허가와 건보 적용 등의 절차를 다 거치면 4년 후에나 제품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버티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김 대표=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하나는 하드웨어에 대해 투자자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네 번째 제품을 내놨는데 투자를 많이 받지 못해 사업 속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컸다. 둘째, 우리 제품은 하드웨어 제품으로 보이지만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데 개발인력을 구하기가 스타트업 입장에서 너무 어렵다.

―창업 생각하는 사람에 조언한다면.

▷황 대표=좋은 팀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밤을 새울 수 있는 좋은 팀원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김 대표=혼자 창업하다 보니 공동창업이 가능한지도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공동창업자의 중요성을 느낀다.

▷서 대표=같이 일하는 사람과 많이 싸웠으면 좋겠다. 실험실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교수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데 그걸 넘어서서 교수와도 싸웠으면 좋겠다. 교수와 나이 차도 많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문제를 묵혀 두고 좋게만 가려고 하는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젊은 창업자들을 어떻게 지원하려고 하나.

▷박 장관=20·30대 창업자들이 좋은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서로 네트워킹을 하는 것까지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중기부가 계속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멘토 기업도 만날 수 있고,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청년 스타트업들을 키울 수 있는 멘토단과 컨설팅 팀도 꾸리려고 한다. 성공한 선배 멘토 기업들이 후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정리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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