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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인종문제 기어코 끌어들인 트럼프... 측근들도 '악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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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달 2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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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인종 편가르기에 나섰다. 한 달 넘게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핵심 문구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를 "증오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면서다. 최근의 연이은 인종차별적 트윗과 함께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조차 민심과 동떨어진 그의 도발적 언행이 '집토끼'마저 내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시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경찰 예산을 삭감하고 맨해튼 5번가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써 호화로운 거리를 훼손하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위대한 경찰은 '증오의 상징'이 뉴욕의 가장 큰 거리에 걸리는 걸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시가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 도로에 이 문구를 그려넣겠다고 발표한 계획을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백인우월주의자 옹호 영상을 리트윗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에 대해 "자신의 지지율이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인종문제를 파헤친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전날 남부연합 지도자의 이름을 딴 군사기지명 개정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토안보부는 독립기념일(4일) 주말에 전국의 연방 기념물과 동상을 보호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적 언행은 떨어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지만 결과가 낙관적일 것 같지는 않다. 이날 발표된 USA투데이ㆍ서퍽대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그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위한 올바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반면 현직이 아닌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에 대해서는 6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로부터 대통령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답답한 건 주변인들이다. CNN방송은 "보좌관들이 온건파 유권자들의 소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언어 자체에 대한 혐오, 사회적인 변화 흐름에 대한 역행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도 민심의 변화에 맞춰 남부연합군 지휘자 토머스 잭슨 장군 동상을 결국 철거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1968년 리처드 닉슨 시절의 공화당 지지층을 기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안팎에선 특히 주요 지지층인 백인 사이에서도 교육ㆍ경제 수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간극이 커지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CNN조사에서는 대졸 이상 백인의 71%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문제 대응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는 유색인종 응답률(75%)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를로스 커벨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분할통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면서 "이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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