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의 이런 '극약 처방'이 나오자 대검은 즉각 부장단 회의를 소집해 3일로 예정된 전문수사자문단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일단 한발짝 물러섰다. 수사지휘권 발동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5시간 30분 남짓만이다. 당장 파국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검의 백기 투항이란 뜻은 아닌 듯하다. 자문단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지휘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서다. 검찰은 3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폭넓게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례적인 수사권 발동이 상황의 끝이 아닌 새로운 갈등과 대치의 시작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검찰의 첨예한 내분을 정리할 수 있는 현명한 결론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국난급 경제난에 지쳐있는 국민이 보기에 참으로 착잡한 작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속히 마무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는 사실상 복원이 어려운 지경까지 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어느 한쪽이 부러지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듯한 험악한 상황 전개의 연속이다. 당연히 두 조직 수뇌의 갈등은 서로 직을 유지하는 한 계속 '내연'할 공산이 크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이번 사태를 거치며 윤 총장의 검찰 조직 내 리더십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권한이긴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에 개입하는 지휘권 발동은 실제로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검찰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의 거취 논란을 가열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정구 교수 사건 때도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강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천정배 장관의 지휘를 마지못해 수용하면서도 옷을 벗는 것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윤 총장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윤 총장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미래통합당은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추 장관의 해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검찰의 내홍 사태가 내부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적 문제로 변질하지 않도록 전국검사장 회의는 건설적이고 납득 가능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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