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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골프장 절반 한전공대 부지로 기부하더니…남은 땅에 아파트 건설하겠다는 부영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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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경향신문]

지난해 8월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은 부영그룹이 보여준 ‘통 큰 기부’에 박수를 보냈다. 나주혁신도시 안에 운영 중이던 골프장 75만㎡ 가운데 40만㎡를 한전공대 부지로 내놓은 것이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돼왔다. 한국전력이 입주한 나주혁신도시 인근에 대학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마땅한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던 때였다. 지역주민들은 여수·순천에서 기반을 잡은 뒤 재계 13위까지 오른 부영이 모처럼 지역 최대 현안을 풀어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부영이 대학 부지로 내놓고 남은 35만㎡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겠다고 나선 사실이 최근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영이 나주시와 전남도에 과도한 대가를 요구해 시비가 일고 있는 모양새다.

나주시 등에 따르면 부영은 이곳에 최고 28층 아파트 5328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부영은 지난해 말 이런 내용의 제안서를 나주시에 내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나주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골프장은 용도지역 분류상 개발이 쉽지 않은 ‘자연녹지지역’이다. 부영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면 녹지를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한다. 주거지로 용도가 변경된다면 나주시는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부영은 한발 더 나아가 아파트를 28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용적률을 179%까지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는 나주혁신도시를 전남의 대표적인 명품도시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용적률 175% 이하, 최고층 높이 25층 이하’라는 건축 가이드라인을 정해놨다.

나주시 관계자는 “녹지였던 땅에 5000가구가 넘은 고층 아파트를 짓게 되면 도시 경관과 품격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광민 나주시의원(진보당)은 “부영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권을 챙기려 하는 데 대해 황당하고 허탈하다”면서 “의회에서 부당성을 따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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