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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안전지대였던 광주 덮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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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지역 감염 없다가 27일 4명 확진 후 1일 22명 무더기 발생

일주일 새 49명으로 늘어…시내 격리 병상도 13개만 남아 ‘긴장’

[경향신문]

“떨어져 앉자.”

2일 오후 광주지하철 1호선 문화전당역에서 전동차에 탄 이모씨(34)는 일행과 자신 사이에 좌석 한 칸을 비웠다. 이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차에 탄 시민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또 옆 사람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앉았다.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거의 없던 광주가 일주일 사이 달라졌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 나온 이후 이날 오후 6시 현재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에는 12명, 지난 1일에는 하루 만에 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3월31일 이후 거의 석 달 동안 지역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광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민들은 외출을 꺼리고 있다. 광주지하철 이용객은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26일 5만2901명이었지만, 지난 1일에는 4만5289명으로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광주시가 이날부터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강화하면서 식당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도 발길이 뚝 끊겼다.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실내 행사도 전면 금지돼 오는 주말과 휴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4일 결혼식이 예정된 ㄱ씨(31)는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고 180명분의 식사를 예약했는데 결혼식장에서 예약한 식사는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어떻게 할지 가족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예식장 관계자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지 종일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예약한 식사 등은 취소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틀간 등교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광주지역 초·중·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뒀던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가도록 안내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초·중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고등학교는 3분의 2만 등교시키기로 했다.

확진자들을 치료할 격리 병상도 포화 상태다. 광주에 있는 격리 병상 64개 중 이날 현재 남은 병상은 13개에 불과하다. 의사와 간호사, 검체채취 인력 등도 부족하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였던 대구에서도 확진자 7명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앞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명여고 3학년 ㄱ양이 다닌 연기학원 수강생과 강사 등 관계자 7명이 2일 추가로 무더기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광주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지금 바로 차단해야 한다”며 “대구의 경험에 비춰보면 20명에서 200명을 넘어설 때까지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시민들께서 많이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지역 감염 확산을 막아 시민들의 생명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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