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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그 영화 이 장면] 사라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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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형석 영화평론가


정진영 감독의 첫 영화 ‘사라진 시간’은 두 개의 삶을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는 마치 평행 우주처럼 두 세계로 나뉜다. 전반부는 주인공 박형구(조진웅)가 형사인 세상이다. 그는 결혼해 두 아이가 있고, 화재 사건 수사를 위해 시골 마을에 왔다. 후반부는 박형구가 교사인 세상이다. 술에 취한 후 일어난 형구는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미혼인 상태다. 아직 자신이 형사라고 생각하기에 형구는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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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영화이장면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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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은 원인과 결과의 연쇄로 이뤄지는 기승전결 중심의 장르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우화에 가까우며, 이야기 자체가 지닌 상징과 비유의 힘으로 전진한다. 흥미로운 건 캐릭터의 변화다. 다르면서도 같은 두 세계를 살아가며, 형구는 조금씩 변한다. 타인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형구는, 비로소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

이때 그는 우연히 만난 초희(이선빈)가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울지 마요.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니까.” 여기서 초희를 위로하는 형구의 모습은, 그리고 조진웅의 담담한 표정 연기는, ‘사라진 시간’이 보여주는 진심의 얼굴이다. 우린 좀 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서 공감하며 다가갈 순 없는 걸까? 영화의 원래 제목은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 ‘카펜터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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