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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현상 논설위원의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모든 제품은 끝이 있다…환경산업은 그 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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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리로 출발, 종합환경업 변신

분야별 기술 결합해 고도화 도전

“환경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

2025년 국내 100대 기업 되겠다”



종합환경기업 TSK코퍼레이션 김영석 대표



중앙일보

TSK코퍼레이션 김영석 대표는 ’환경산업은 모든 산업의 끝이자 시작“이라고 말한다. 뒤편 조형물들은 이 회사 사업장에서 처리한 폐기물로 만들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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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환경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크게 늘었다. 의료 폐기물도 급증했다. 그만큼 보건과 안전에 대한 대중 의식이 예민해졌다는 이야기다. TSK코퍼레이션의 김영석(57) 대표는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환경산업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방향과 영역으로 다양화하고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의 성장세는 김 대표의 생각을 ‘증명’한다. 국내 수처리 시설통합운영관리(O&M)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보유하는 등 하·폐수 처리 전문이었던 이 회사는 최근 다양한 환경 분야로 확장하면서 종합환경 기업으로 변신했다. 수원·울산·전주·김천 등 공공하수 처리장 시공 및 운영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용 수처리, 생활 및 산업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환경 소재 공급, 토양 정화, 도시광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TSK코퍼레이션은 국내 최대 종합환경기업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주로 공공부문 및 기업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청주 SK하이닉스 공장, 울산 SK케미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규모 공장의 폐수처리를 맡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순수 공급, 원자력·화력 발전용수 처리도 사업 분야의 하나다. 관련 특허 161건, 신기술 인증 5건(질소·인 처리, 지하수 정화, 순수 제조 등)을 갖고 있을 정도로 기술집약적 회사로 평가받는다. 2018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6500억원을 넘겼다. 올해 목표는 매출 8000억원에 세전이익 1000억원 선. 지난해 4월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는 현재 1조원 정도인 기업가치를 2025년까지 3조원으로 늘려 100대 기업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회사 대표 등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대표는 회사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TSK워터였던 상호를 지금 회사명으로 바꾸고, 적극적 M&A로 사업 구조를 확대 개편했다.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Q : 기업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성장세가 눈부시다.

A : “환경산업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혐오 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어중간한 실력을 갖춘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Q : 환경산업이라고 통칭하지만, 분야가 다양하다. 기술 장벽은 없나.

A : “환경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도화가 필요하다. 분야별로는 하수·토양·대기로 구분돼 있고, 처리방법으로는 매립·소각·재활용·연료화 등으로 흩어진 기술을 유기적으로 엮어야 한다. 종합환경기업으로서 우리 회사의 목표다. 그러나 한 조직이 모두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직 구조가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적극적 M&A에 나서 역량을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을 분사해 책임을 맡겼다. 현재 TSK코퍼레이션 산하에는 8개의 자회사가 있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Q : 환경산업의 위상이나 인식이 아직 높지는 않은 것 같다.

A :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다. 생명체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오듯, 제품은 결국 환경산업의 원료로 돌아온다. 이런 폐자원을 다시 산업의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일이 환경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산업은 모든 산업의 끝이자 시작이다. ‘모태산업’(Mother Industry)이라는 이야기다.”

Q : 이른바 ‘전통 산업’인데, 인재 확보에 어려움은 없나.

A : “대표 취임 이후 전사적자원관리(ERP)에 30억원 이상 투자했다. 인사제도도 바꿔 초보적 수준이긴 하나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신입사원 20여명을 공채로 선발했다. 젊은 인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회사를 알렸다. 우수한 인력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아 만족한다. 판교에 있던 본사를 작년에 서울 문정동으로 이전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였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경북대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한 뒤 1987년 SK가스에 입사했다. 중국 법인장을 하다가 SK그룹이 포항에서 시작한 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맡으면서 환경업에 뛰어들었다. 법인 설립차 중국에 갈 때는 ‘니 하오’(안녕하세요)라는 말밖에는 몰랐다고. 한손에는 중국 어학책, 한손에는 법인 설립 규정집을 들고 뛰어들어 산둥성 일대 충전소를 확보했다. “포항에서 주민 민원이 발생하자 해결을 위해 급하게 불려 들어왔죠. 중국 사업에 보여 준 제 패기를 그룹 수뇌부가 주목한 것 같아요. 이후 태영과 SK가 환경 사업 합작을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Q : 오너도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 변신을 주도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A : “전문경영인은 적어도 전셋집 주인은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은 동안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 물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대주주의 신뢰도 중요하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관계뿐만 아니라 CEO와 직원들 간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신경 쓴 것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일이었다. 말로만 하면 반발한다. ‘CEO 소통마당’을 운영하며 같이 어울렸다. 급여와 복지도 늘리고,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썼다. 직원들이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갖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고자 했다.”

김 대표의 꿈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사장’이었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 엔지니어가 그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오기가 생겼죠. 잠을 줄였습니다. 6개월에 걸쳐 10분 단위로 잠을 줄여 결국 네 시간만 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 시간에 어학과 경영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대학 MBA 과정을 밟는 데 주말 시간을 쓰고 있다.

김 대표의 시선은 ‘환경산업 국내 1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발전해 세계적 선도 기업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김 대표는 “환경산업과 4차산업을 결합한다면 황당한 생각만은 아닐 것”이라며 “가령 의료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확보되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별 환경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주목받는 ‘구독경제 비즈니스’도 검토 중이다. 따로 환경 전담 조직을 두기 힘든 중견 기업들에게 환경·안전·보건·보안 등의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사업이다. “안전 및 환경용품을 대여하거나 근로자 교육 등을 해주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환경산업은 사후 처리보다는 사전 억제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환경산업의 목표는 환경산업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환경산업이랄까요. 그 속에서 우리 비즈니스의 기회도 크게 열릴 겁니다.”

■ 6년 만에 매출 3배…적극적 M&A로 급성장

1996년 태영건설의 한 부서로 출발했다. 공공환경시설 위탁 운영을 해오다 2004년 ‘태영환경’이라는 법인으로 독립했다. 복합 환경단지인 경북 김천 공공하수처리장 운영 관리를 맡았다. 2010년 SK그룹과 50 대 50 합작사업 약정을 체결하며 본격적 성장을 시작했다. 이후 TSK그린바이로, TSK이엔이, TSK그린에너지, 에코시스템 등 폐기물 처리 회사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회사에서 종합환경기업으로 변신했다.

2018년 주요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바꾸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했다. 회사 이름도 ‘TSK워터’에서 ‘TSK코퍼레이션’으로 바꿨다. 산하에 TSK워터(공공환경기초시설 운영), TSK엔지니어링(산업용 수처리 시스템) 등 8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배 구조 재편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최대 주주가 됐고, SK건설·SK디스커버리·휴비스도 지분을 갖고 있다.

적극적 사업 확장으로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매출은 2013년 2000억원을 넘기더니 2015년 3000억원, 2018년 5000억원 선으로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6544억원. 내년쯤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모기업인 태영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으로 다소 유동적인 상황. 중국(수처리 소재), 베트남(폐수 처리장), 아랍에미리트(원자력발전소 수처리장) 등의 해외 사업장도 갖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률이 16.8%에 이르는 등 견실한 수익성을 갖고 있다.



◆사업분야: 하·폐수 처리, 상수도 관리, 폐기물 처리 및 자원화. 원전 용수처리, 수처리약품 등

◆주요주주: 태영건설(최대주주), SK건설, SK디스커버리, 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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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및 세전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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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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