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내집 마련 길 막혀” 실수요자 발끈… 집값도 되레 올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동산 대책 긴급보고]논란 끊이지 않는 6·17대책

무주택-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에 신규 조정지역 주민들 조직적 반발

서울 아파트 전세-매매 2주째 상승… 대출규제 언급 없어 불만 계속될 듯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긴급 보고를 받은 것은 6·17부동산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긴급 보고에서도 무주택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대출 규제나 서울 도심 공급 부족에 대한 과감한 대안은 나오지 않아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17대책에 대해 반발이 큰 이유는 정부가 고가 주택 중심의 ‘핀셋 규제’에서 ‘전방위 규제’로 전선을 넓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전역과 일부 충청권으로 규제지역을 넓히고, 규제지역의 모든 주택에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여하는 등 무주택자나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새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6·17대책에 반대하는 단어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는 등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지역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여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청약에 당첨돼 입주를 앞둔 사람들은 잔금 대출 시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아 자금 조달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 이상 주택 구입 시 기존 전세대출을 회수한다는 대책은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20, 30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갭 투자’가 집값을 올리는 투기성 수요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아직 자산을 형성 못 한 젊은 실수요자들이 미리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정부가 젊은층의 ‘부동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온다.

6·17대책이 발표된 후 대출규제가 실제로 시행되기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며 집값은 오히려 상승세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대책이 발표된 지 2주째가 되는 6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6% 올라 전주와 같은 상승폭을 보였다. 감정원 측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단지와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심리가 위축됐지만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과 개발 호재 등으로 상승폭이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를 내놓으면 집값이 잠시 조정되다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되며 “서울의 ‘똘똘한 한 채’는 일단 사두면 결국 오른다”는 ‘규제 내성’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토부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59m²가 6·17대책 발표 직후 25억 원에 거래돼 평당 1억 원을 넘어섰다. 대치동 바로 옆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m²는 지난달 26일 41억 원에 팔리며 이전 최고 거래가를 넘어서는 등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과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 시장도 심상치 않다. 서울의 6월 다섯째 주 전세 가격은 전주(0.08%) 대비 0.1% 올라 상승폭이 커졌고 전세 매물도 급감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이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혀 오히려 반발을 샀다.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공급 대책도 주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물량에 해당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람들이 거주하기 원하는 지역은 결국 서울의 도심”이라며 “재개발·재개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부동산 대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조윤경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