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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녹색세상]치솟는 한국 수소경제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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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러미 리프킨의 <수소혁명>을 읽은 지 언제였던가. 환경재단 창립 초기였으니 근 20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참 담대한 공상이라 생각했는데 어제 발족한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해보니 눈앞의 현실이 돼 있었다. 게다가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사가 지난 6월4일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완성차 한 대 없고 매출도 미미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25조원에 달해 포드나 현대차를 앞질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어떤 놀라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경향신문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어제 회의에서 발표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2019년 1월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한 이후 1년간 정책 역량을 집중해 온 결과,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글로벌 위상이 빠르게 부상 중이다. 예컨대 수소차는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2019년 최초로 글로벌 판매 1위를 했고, 충전소도 작년 한 해 20곳에 구축하여 독일, 미국, 일본을 앞서 세계 최다 구축 국가가 되었다. 작년 말 연료전지 발전량은 전 세계 보급량의 40%인 408㎿에 달해 세계 최대의 발전시장을 조성하였다.

단기간에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에 비해 수소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완전히 자연에너지로 물을 분해하여 얻은 그린수소는 아직 기술 개발이 남아 있고, 현재까지의 수소산업은 승용차 및 특정 연료전지 분야가 주도하고 있으며, 나머지 수소 분야는 산업 생태계가 미처 조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에너지는 인프라 사업이라 상당한 인프라 조성이 선행돼야 하고,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 과연 잘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방향이 흔들려선 안 된다. 기후위기로 시베리아 온도가 38도를 넘어서고, 우리의 여름도 예사롭지 않은 폭염과 폭우의 기미로 두렵기만 하다. 어느날 전 세계가 동시에 탄소배출을 멈춰야만 하는 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수소경제가 기후재난을 막고 경제를 살리는 ‘제3의 반도체’가 될 것이다.

2017년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가 결성되었다. 2019년 1월 수소위원회 총회에서 공동의장 자격으로 정의선 부회장이 수소사회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와 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대중의 수용성은 나머지 두 개 요소가 성공하는 데 필수요인이 될 것 같은데, 시민 입장에서 수소경제는 아직 ‘갑툭튀’처럼 보인다. 이러면 정부나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갈채를 받기 어렵다. 새로운 건 항상 불편한 법이고, 견뎌야 할 위협들이 있고, 수소는 배경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전문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손잡고 수소경제의 의미, 필요성 그리고 수소사회가 도래했을 때 얻을 이익과 보상, 새로 등장할 직업의 미래 등등을 소상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덧붙여,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으로서 수소경제를 통해 우리가 좀 활력을 되찾으면 좋겠다. 수소경제가 코로나19에 의한 경기침체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공무원 시험에 목매는 청춘들에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보여주고, 새로운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하면서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제2, 제3의 니콜라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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