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기자의 시각] 정의를 독점한 정의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조유진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는 길원옥 할머니 통장내역을 어떻게 입수했을까요? 해명을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8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계좌에서 2017년 입금된 국민 후원금 1억원이 불과 1시간 만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 보낸 문자다.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아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질문은 1억원 행방에 대한 것이었는데 답변은 동문서답이었다. 이후 "정의연 측은 해명을 거부했다"는 내용이 기사에 달리자 이 이사장의 문자 폭탄이 쇄도했다. "기사에 대한 책임은 지겠지요" "저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적 없습니다. 그래서 괄호 쳤고요. 책임을 묻겠습니다" "당장 (기사를) 지우지 않으시면 조치하겠습니다" "사과와 수정 바랍니다" "사담을 기사화했다고 문제 제기하겠습니다"…. 끝내 1억원은 어떻게 됐는지 설명은 없었다.

대신 한경희 사무총장이 답장을 보내왔다. "길 할머니께서는 받으신 1억원 중 5000만원을 기부하셨다. 그 외 다른 부분, 즉 할머니 개인 재산은 할머니께서 관리해 저희는 아는 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5000만원을 기부한 곳은 정의연. 당시 할머니가 정의연 관리하에 치매 약을 1년 이상 복용 중인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운하지 않은 기부다. 그럼 나머지 5000만원은 어떻게 됐을까. 이에 대한 해명도 명쾌하지 않다. 할머니가 알아서 썼고 자신들은 모른다는 것. 치매에 시달리던 할머니가 5000만원을 어디에 쓰셨을까. 상식적으로 의문이 생기는데 한 사무총장은 오히려 "상식적으로 생각하라"고 쏘아붙였다.

정의연은 늘 이런 식이다.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선 오성희 인권연대처장이 "후원금 사용처를 상세히 밝히라"고 추궁하자 "너무 가혹하다"면서 반발했다. 이 장면이 인터넷에선 'K방역'에 빗댄 'K가혹'이라는 조롱성 댓글로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선(善)으로, 외부 세력을 악(惡)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모든 사안에 접근하는 듯하다. 간단한 질문조차 답변을 거부하면서 마치 "너희들이 질문할 자격이나 있냐"고 훈계하는 느낌이다. 정의연은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를 상대로 기억력을 문제 삼으며 공격했다. '할머니들 기억'은 이 단체 존재 기반인데도 말이다. 길 할머니가 어릴 때 젖동냥으로 키운 양아들에 대해선 "양아들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아주 최근 일" "할머니는 양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방문 시, 때론 특별한 요청에 따라 현금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은근히 '애초부터 돈을 노리고 입적한 것 아니냐'는 어감을 풍긴다. 우린 정의롭고 비판 세력은 불의하다는 태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정의(正義)'가 이처럼 자기들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는 개념이라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조유진 사회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