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원래 정권의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한 장치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장관이 검찰총장 한 사람 외엔 지휘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당연히 지휘권을 행사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일본은 최근 60여년간 사례가 없고, 한국에서도 단 한 차례만 있었을 뿐이다. 역대 정권에서 거의 예외 없이 검찰이 대통령 가족과 측근, 심지어 대통령 본인까지 수사했지만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그런데 추 장관은 벌써 두 번째 수사 지휘를 하며 검찰총장을 수하 다루듯 한다. 검찰을 대통령의 충견(忠犬)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장관 지휘권이 가장 많이 발동된 것은 나치 치하의 독일이라고 한다.
추 장관은 수사 지휘 이유에 대해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에게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사건"이라며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제시됐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드러난 사실은 정반대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기자가 '여권 상대 로비 수사'를 언급하자 검사장은 거듭 "나는 관심 없다"고 했다. 기자가 "(재소자에게) 편지를 써놨다"고 하자 말을 끊으며 '바쁘니 (방에서) 나가달라'고도 했다고 한다. '공모'가 성립할 수가 없다. 정권이 이것을 억지로 강요죄로 만들려고 녹취록을 편집했다. 수사 기록을 본 다른 검사들은 이를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제보한 측은 '취재를 그만 접겠다'는 기자를 계속 끌어들였다. 기자를 만난 날 소셜미디어에 "이제 작전에 들어간다"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라고 쓰기도 했다. 취재 욕심이 있는 기자를 끌어들여 검사와 유착 관계가 있는 듯 조작한 것 아닌가. 그로부터 9일 뒤 MBC가 검·언 유착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여권 비례 정당 대표는 기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허위로 지어내 검찰을 공격했고, 이 당 최고위원은 MBC 제보자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채널A 기자는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과 사기꾼,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MBC)의 합작품"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했다. 여러 증거와 정황들로 볼 때 그렇게 볼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하지 않고, 법무장관은 "검사와 기자가 공모" "증거가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검찰총장을 압박해 쫓아내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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