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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불황 터널 끝이 안 보여”… 철강업계, 하반기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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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정우 포스코(005490)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철강상생협력펀드’ 협약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더는 확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철강 산업이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든 이달,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발(發) 과잉 생산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 ‘삼중고’에 따라 철강 업계가 당분간 ‘불황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2.48달러를 기록했다. 톤당 가격이 100달러를 올해 처음 넘어선 6월 이후 한 달 넘게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기준 톤당 가격은 83.06달러에 불과했다. 두 달 만에 가격이 23% 이상 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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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고로에서 한 작업자가 녹인 쇳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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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철광석 생산량은 줄었는데 중국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호주(47.5%)와 브라질(26.9%)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미 2분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중국은 각종 경기 부양책을 벌였고,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이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전 세계 철광석의 약 71%를 수입하는 ‘철강 공룡’ 중국으로 철광석이 몰렸다. 4년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벌크선 운임이 최근 한 달 반 사이 4배 이상 폭등한 것도 중국이 해외에서 벌크선을 통해 대대적으로 철광석 확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철강협회(CISA)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중국 주요 철강사들의 조강생산량은 2141만톤이다. 이는 6월 초보다 1.5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중국의 공급과잉이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중국에서 소화 못 한 물량이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한 대외환경도 우려된다. 6월 중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미·중 무역 갈등 역시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유럽을 상대로 31억달러 규모의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커졌다. 수출길이 좁아지면 전체 생산량의 40% 이상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 업계가 타격을 입게 된다.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도 부진에서 쉽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956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철강 산업은 올해 3분기에도 수출이 부진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통상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110을 넘어야 수출 호조세로 볼 수 있는데, 철강 및 비철금속은 72.5에 그쳤다. 국내 평균인 102.1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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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위치한 통화강철그룹(吉林通化钢铁) 공장 전경.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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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에서는 당장 자동차 강판과 후판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만이 ‘살길’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전방산업의 생산 재개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회복될 전망"이라며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지역의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가격 인상 명분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업 등 전방산업이 상반기에 부진했던 탓에 그 후폭풍이 올해 하반기엔 철강업계에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제품 가격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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