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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킹메이커' 김종인, 대권론 툭툭 던져…유력 대권주자 없는 통합당 현실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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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이룰만한 유력 대권주자 없는 통합당 구인난 역설적으로 부각 / 당에 일종의 '경고' 보내 위기감 조성

세계일보

미래통합당 김종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대권론을 이따금 툭툭 던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룰 만한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통합당의 구인난을 역설적으로 부각함으로써 당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 위기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확실히 대권을 가져올 만한 인물을 내심 염두에 둔 김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감으로 픽(pick, 선택)한 인사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 아니냐는 중의적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자기 당 비례대표 의원 오찬에서 차기 대권주자를 거론하는 과정에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떤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분인 것 같더라"고 언급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현재 통합당 대권주자로 내세울 만한 인물의 부재를 지적하고,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선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며 당 외부인사 중 차기 대권주자로 눈여겨보고 있는 인물이 있음을 시사했다.

비대위를 맡은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때이른 감이 있는 '김종인의 대권론'에 정치권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때 정치적 동반자였던 김 위원장이 정가에서 '킹메이커'로 통하는 만큼 그의 대권 관련 발언은 무게감과 비례해 파문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여권이 추경 다음으로 공수처를 밀어붙일 태세여서 통합당으로서는 대여 투쟁에 한창 전력을 다해야 할 상황인데도 벌써부터 대선주자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내 외곽투쟁을 접고 다음주에 상임위 복귀로 방침을 세웠지만, 여전히 대여 투쟁 전략의 묘수는 찾지 못해 국회로 복귀해도 당이 갈피를 못 잡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내세울 '킹'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세간에서는 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보다 임영웅이지' 등 조롱 섞인 농담이 돌고 있다"고 냉소적으로 반응했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후보가 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벌써부터 대선주자를 운운하는 건 당 내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21대 총선까지 각종 선거에서 통합당이 4연패를 당하고도 2년 후에 있을 대선을 준비하는 자세가 너무 나태한 것 아니냐는 우려감과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의 대선주자 한 마디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더 분발하겠다"고 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백종원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등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잠룡'이 들썩일수록 그를 따르는 계파나 세력도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내심 차기 대권주자로 찍어 놓고 공개 메시지로 출마 결심을 재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는 당에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겠다고 하면서도 대선주자로서 세울 만한 적임자는 아직 지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차기 대선주자로 눈여겨보는 인사를 직접 접촉해 대선 도전을 권고한 사실을 인정했다.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만큼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 인물을 파격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 안팎에선 다음 대선에 도전할 후보군으로 유승민·오세훈·원희룡·황교안·홍준표·김태호 등 기성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김 위원장의 '시야'에 들어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해 자신이 접촉한 인사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대선 출마 공개 선언을 촉구하고 있어 당에 눈에 띄는 잠룡이 없다는 의중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원희룡 지사와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해 "그분들도 자기들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정상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등극하면 그것을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선 "(안 대표가) 통합당과 인연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제안을 하면 한번 이야기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로서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무당층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낙연 의원보다 더 높게 나왔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해 "임기가 남아있는 사람을 바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 총장을 그만둔 다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그때 가서 봐야 아는 게 아닌가"라며 "내가 보기엔 가장 성실하게 임하는 검찰총장이라고 본다. 자기의 원칙대로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대선후보로서의 평가에 대해선 총장 임기를 마친 뒤에 판단해야 할 문제로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의 대권주자 리스트에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권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통합당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킹메이커'로 활약할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잦은 대권 언급으로 본인의 위상을 당에 재확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인 만큼 임기 1년을 2년으로 늘리려는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내년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각 정당마다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등 사실상 대선 정국에 진입하는 만큼 '김종인=킹메이커'라는 등식을 당에 주입한다는 것이다.

40대 경제통 기수론을 들고나온 김 위원장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처럼 경제 현안에 밝은 지도자가 출현하길 희망하면서 최선의 방법이 없으면 차선을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본인이 '킹메이커'에서 '킹'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스스로 '킹'이 될 수 있느냐는, (내가) 그런 무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21대 국회가 여당 단독으로 굴러가도록 만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게 된 원인은 김 위원장 때문이다며 김 위원장 행태가 통합당이 잘못돼 대통령 후보자리가 자신에게 떨어지도록 바라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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