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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철강-조선, '후판 가격'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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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후판 가격 인상해야"

조선 "코로나19로 수주절벽, 수요 없어 인상 불가능"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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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조선 후판 제품 가격을 두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지루한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인하한 제품 가격으로는 급등한 원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하반기에는 반드시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주 절벽 위기 상황에서 제품 가격까지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3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은 1년에 두 번 가격 협상을 한다. 업계는 지난 5월 말부터 올해 하반기 가격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올해는 반드시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적자를 감내하고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철광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철광석 가격은 t당 최대 10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월 이후 29% 급등한 수치다.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브라질 철광석 생산업체인 발레의 광산 노동자 20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음에 따라 생산 중단에 들어간 탓이다. 1분기 60~80달러까지 올랐던 원료비가 적게 잡아도 30% 이상 오른 셈이다.


조선 후판은 제품군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원가를 고려하면 t당 8만원 인상이 합리적이나 3~5만원 수준의 인상을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주 절벽에 처한 조선업계와 상생 차원에서 지난 몇 년간 가격을 동결했으나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2분기 실적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후판 수요가 없다고 항변한다. 카타르발 수주는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헤비테일 계약방식에 따라 선박을 인도할 때 대금의 80%를 받는다. 게다가 이를 제외하면 해양플랜트 등 수주가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자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통합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전체 부서의 20%를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KDB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78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대형 선사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정을 받고 있다.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주 절벽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락까지 겹쳐 해양플랜트 부문은 수주 절벽에 처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이후 한 건만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 했다.


두 번째는 추후 예정된 대규모 선박 발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카타르 및 모잠비크 선박 발주 본계약 체결과 러시아의 선박 발주를 탈출구로 삼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 환율과 후판 가격"이라며 "코로나19로 수주가 끊긴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오르면 MOU 체결에 불리하고, 앞으로 예정된 수주전에서도 우리 협상 패를 하나 접고 가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선박 건조 수요가 없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강업계가 실적

때문에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조선업계는 더 힘든 상황이라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동결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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