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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Lifestyle] 미련 곰탱이라고? 유통가 `핵인싸` 된 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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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비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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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윤진 씨(32)는 최근 인터넷에서 낯익은 디자인의 맥주캔 사진을 발견했다. 투박한 글씨체로 '곰표'라고 쓰인 맥주는 새하얀 곰 그림과 함께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네 편의점에서 모두 팔려나가 재고를 찾지 못한 김씨는 결국 대형마트까지 들러 '득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씨는 "밀가루 상표로 익숙한 곰표가 맥주로 재탄생했다는 게 흥미로웠다"며 "기존 밀맥주보다 텁텁하지 않고 과일향도 자연스러워 맛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가에 '곰 바람'이 불고 있다. 제분기업 브랜드로 사용되던 곰이 맥주와 손잡고, 간기능 개선제를 알리던 곰은 패션 속으로 들어오는 등 영역을 불문한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곰을 활용한 이색 마케팅의 '불꽃'은 2018년 여름에 일어났다. 당시 대한제분은 자사 로고 '표곰'과 글씨체를 활용한 곰표 티셔츠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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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밀맥주


곰표 티셔츠 '흥행 대박'은 제2, 제3의 곰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대한제분이 CJ CGV와 손잡고 곰표 밀가루 포대 팝콘을 선보이자 소비자들은 다시 한번 열광했고 그 열기의 바통을 치약, 쿠션, 세제, 패딩 등 제품들이 이어받았다.

곰은 이제 유통업계 컬레버레이션 후보 0순위에 오르며 '직장인의 대통령' 펭수를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 5월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론칭한 지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개를 완판했다. 곰표 밀맥주는 6월 말 기준 수제맥주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소형 브루어리와 만든 제품이라 대량생산이 어렵고 숙성시간이 별도로 필요해 발주가 제한돼 있음에도 한 달 판매량이 이미 50만개를 돌파했다. 전체 국산맥주 브랜드 기준 10위 안에 드는 성적표다.

곰표 맥주의 성공 비결은 단연 곰이다. 대한제분의 백곰과 곰표 밀가루 특유의 복고풍 서체 등을 그대로 옮겨와 젊은 층에겐 신선함을, 중장년층에겐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한제분이 국내 대표 소맥분 제조업체라는 점을 살려 '우리 밀을 넣은 맥주'라는 콘셉트를 적용한 것도 유효했다.

CU 역삼점 매니저는 "재고가 없어 매번 허탕을 치던 한 고객이 상품 입고 시간에 맞춰와 모든 물량을 싹쓸이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CU는 지난달 팝콘, 밀맥주, 나초에 이은 '곰표 주방세제'를 오프라인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오비맥주도 '곰'에서 빠질 수 없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 수원의 식당 3곳과 협업해 '오비-라거 부드러움 연구소'를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비-라거 부드러움 연구소는 옛 오비라거의 대표 캐릭터인 '랄라베어'를 전면에 내세운 팝업스토어다. 이벤트 엽서 월, 우체통, 스탬프 적립, 포토존, 룰렛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2030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는 점에 주목해 '여기라곰~' 등과 같은 재치 있는 표현도 곳곳에 담았다.

곰은 패션업계에서도 활발히 '족적'을 남기고 있다. 신원의 캐주얼 브랜드 지이크는 지난달 대웅제약의 우루사와 손잡고 '머리부터 간 끝까지 멋진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제품은 티셔츠, 슬리퍼, 양말로 구성됐다. 우루사의 60년 전통이 담긴 곰 모양 로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품에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신원은 지이크와 우루사의 타깃이 같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이크는 젊은 감성의 30대 직장인, 우루사 역시 피로에 지친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해 두 브랜드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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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크 우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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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적극적인 협업을 위해 대웅제약 측에서 우루사 곰 이미지를 복고풍 감성을 담아 귀엽고 캐주얼하게 제작했다. 로고 디자인은 SPC 삼립빵 패키지 등 뉴트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던 조인혁 작가와 대웅제약 디자인팀에서 함께 제작했다.

신세계는 지난달 '푸빌라' 캐릭터 상품 판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니메이션 제작, 매장 연출 등을 통해 본격적인 '곰 마케팅'에 나섰다. 푸빌라는 신세계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기획부터 개발, 론칭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해 2017년 선보인 자체 캐릭터다. 상상 속의 동물을 상징하는 푸빌라는 어린이들과 고객들에게 친숙한 하얀 백곰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이처럼 업종을 불문하고 '곰'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곰이 가진 친숙함과,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이미지 때문이다.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는 동물이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12간지에 속하는 동물들은 자신에 해당하는 해가 오면 여지 없이 각종 이벤트와 미디어에 등장했다 곧 사라진다.

브랜딩 전문가인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는 "곰은 특정 성향의 집단을 대표하는 편견이 없고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이미지"라며 "정치나 사회 문제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어느 쪽에도 쏠림 없는 편안함과 정감 있는 느낌이 고객에 어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서남북을 넘어 가운데를 뜻하는 오방(五方)의 개념이 있는 우리나라와 정서가 잘 맞아 마스코트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심상대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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