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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주말에 뭐 볼까] 최수인 개인전 `페이크 무드`, 물감으로 풀어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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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가 잘 숨겨줄게` [사진 제공 = 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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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바위섬으로 거세게 밀려드는 파도를 그린 줄 알았다. 그러나 최수인 작가(33) 작품 '내가 잘 숨겨줄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 속에 작은 불길이 보이고 그 위에 털 달린 생명체가 엎드려 있다. 이 세상에 없는 풍경이다. 작가의 감정 파도를 펼친 상상 속 세계라고 한다.

그는 인간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고통을 물감으로 풀어낸다. 감추고 싶은 감정을 자꾸 들춰내는 주변인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그림을 통해 분출했다.

서울 아트사이드 갤러리 개인전 '페이크 무드(Fake Mood)'를 연 그는 "내게 요구되는 이미지와 주변 상황에서 받는 압력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주변 사람들이 내 감정을 숨겨주는 듯하지만 드러내려고 애쓰는 가혹한 상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털로 덮인 형상에 대해서는 "내 자신일 수도 주변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마음의 풍경을 즉흥적이고 거침없이 표현해 신선하게 다가오는 전시다. 젊은 작가 답게 붓질이 대담하고 색감도 다채롭다. 현대인의 피해 의식과 소외를 표현했는데도 작품이 어둡지 않다. 내면의 상처를 밝은 색채로 풀어내면서 카타르시스(정화)를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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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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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화사한 그림 '노란 기분'은 불안과 갈등의 해소를 담았다. 초록 언덕 위에 흐드러진 노란 나무가 인간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의 소멸을 드러낸다.

작품들의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니가 마음에 뿔이 났구나' '날 보고 춤춰줘', '기다리기로 했을 때' '이 기분은 가짜' 등의 제목과 그림 분위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회화가 문학의 시(詩)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 제목과 단어가 이미지를 형성하듯, 그림 제목을 지을 때 표면적인 이미지에서 캐치할 수 있는 문장으로 짓기도 하지만 작품을 시작했던 상황들을 최대한 반영해요. 제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며 좀 과장되게 지을 때도 있어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부터 관계에 대해 그렸다는 작가는 "나는 굉장히 솔직한 편이었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나 같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1일까지. 별점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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