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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6000원의 행복…할인받아 고급관서 영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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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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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배포한 영화관입장권 6000원 할인 쿠폰이 관객을 프리미엄관으로 대거 유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먹은 시민이 많았듯, 할인 혜택이 주어지자 평소 소비를 망설였던 고급 프리미엄관 체험에 지갑을 연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경쟁을 펼치는 상영업자가 향후에도 차별화한 현장 경험을 늘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티켓 할인권이 지급된 6월 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관객은 357만여 명에 달했다. 이는 5월 한 달간 전체 관객인 152만여 명에서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박스오피스 상승세에는 프리미엄관을 향한 관심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관 입장료 인하 이벤트를 병행한 영화관에서 영진위 6000원 할인권이 활발히 소진된 것이다.

메가박스에 따르면 지난달 4~30일 메가박스 프리미엄관 '더 부티크 스위트' 좌석 점유율은 42.5%로 일반 상영관 좌점률 6.3%를 약 7배 앞섰다. 이 멀티플렉스는 해당 기간 '만원의 행복' 행사를 열어 고급관 입장을 1만원에 가능토록 했다. 6000원 할인권을 함께 쓰면 프리미엄관 티켓을 4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평상시 3만5000원에 해당하는 부티크 스위트로 관객이 몰리며 전체 상영관 박스오피스에도 반등세가 생겼다. 이벤트가 진행된 4주의 목·금·토·일요일에 메가박스 전체 상영관에서 총 59만7541명의 관객을 맞이한 것이다. 직전 4주간 목~일요일 관객인 18만2938명에서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메가박스 티켓을 결제한 관객 중 40%가 영진위 쿠폰을 활용했다. 이는 멀티플렉스 3사 중 가장 높은 쿠폰 사용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측됐다. 지난달 11일 개장한 롯데시네마 도곡관에서 프리미엄관 씨네살롱의 좌석점유율이 일반관을 압도했다. 롯데시네마 고급상영관인 씨네살롱은 리클라이너 좌석, 실내용 슬리퍼, 웰컴드링크가 포함된 컴포트 패키지를 제공한다. 그달 11일부터 30일까지 씨네살롱의 객석점유율은 24.2%로 일반관 6.1%의 4배에 달했다. 해당 기간 롯데시네마도 1만원에 씨네살롱 티켓을 판매함으로써 주말 기준 원가 1만6000원인 티켓을 영진위 쿠폰 포함 4000원에 구매 가능토록 했다.

극장 방문 경험을 차별화하려는 상영업자의 노력은 OTT의 부상과도 관련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웨이브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신세대가 영화관으로의 발걸음을 줄이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 멀티플렉스는 프리미엄관을 늘려왔다. 오감으로 작품을 보는 4DX관을 비롯해 영화 관람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형 상영관, 숲에 들어가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특수관 수를 증가시켰다.

다만, 최근엔 세계 영화산업 자체가 침체되면서 일부 특수관은 확장세에 다소간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4차원 영화 상영 기술을 보유한 CJ CGV 자회사 CJ 4D플렉스는 최근 본사를 서울 신용산에서 충북 오창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생산기지가 자리한 오창에 본사를 위치시킴으로써 임차료 절감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극장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못하고 있는 이유로 극장사를 주요 고객으로 둔 CJ 4D플렉스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경영상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이 하락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급화를 넘어서 극장의 보수적 색채를 덜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미국 아트하우스 극장들은 와인과 맥주를 극장 안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게 하거나 로비에서 피아노 공연을 펼치고 있다"며 "극장에서 영화만 보는 시대는 끝났다. 영화를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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