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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설] 외교안보팀 파격 개편, 남북관계 돌파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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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 청와대 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를 내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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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팀 전면 개편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문 대통령은 3일,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주역인 박지원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에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대북 정책을 이끌어온 서훈 국정원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외교안보특보를 맡게 됐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서훈 안보실장 내정자, 임종석 특보 내정자는 모두 남북관계 문제에서 소신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다. 지난달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반도 긴장을 높인 뒤 외교안보팀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개편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박지원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어내는 등 오랫동안 남북관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 그간의 경륜을 살려 국정원장으로서 남북간 대화의 끈을 복원하는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

서훈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열린 모든 남북정상회담에서 막후 역할을 했던 대북 업무의 베테랑이다. 미국과도 정보당국 채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왔다. 다만,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끝난 이후 1년 넘게 악화된 남북관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서훈 내정자는 그동안 미흡했던 점들을 성찰하고, 외교안보 사령탑으로서 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이인영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무게를 갖고 있는 만큼, 통일부가 명실상부하게 남북관계 추진의 주무 부처로서 위상을 되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일부가 남북대화 진전과 교류·협력 추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엄중한 시기에 새 외교안보팀의 역할은 막중하다. 다시 남북대화의 통로를 열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창의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만 기다리며 미국 의중을 살피면서 남북관계 진전엔 머뭇거리다가 한반도 정세가 크게 악화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새 외교안보팀은 담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이번 외교안보팀 개편에 담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신호에 북한도 전향적으로 호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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