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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설] 선수 죽음 부른 집단폭행, 대한체육회부터 조사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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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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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가 당했던 가혹행위의 목격자 증언뿐 아니라 유사한 폭력 피해에 대한 추가 폭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의 3일 보도를 보면, 다른 팀 소속 선수들까지 김아무개 감독에게 폭력과 폭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 선수가 감독의 감시로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못하며 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랜 고립무원의 고통 속에서도 최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낸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상임위 청문회 등을 추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초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가해를 폭로했을 때도 약속은 넘쳤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도자들이 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뿌리 뽑겠다”고 했고,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스포츠 강국이란 미명하에 선수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던 걸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러고도 불과 1년 반 뒤 참극이 되풀이된 이유가 약속의 당사자에게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문체부는 반인권적 체육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폭력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합숙소 폐지 등의 학교 스포츠 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그런데 엘리트 체육 시스템 약화를 이유로 이를 가장 강하게 반대한 게 대한체육회였다고 한다. 또 당시 조재범 코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퇴를 요구받던 이기흥 회장은 정관까지 바꿔가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 선수는 지난 4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했지만 조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에 자정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 신고 직전 최 선수와 가족에게 사퇴하겠다고 했던 가해 감독이 돌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도, 훈련이라는 명분 아래 폭력 가해자에게 관대한 체육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잊을 새도 없이 반복되는 선수 가혹행위를 끝내려면 체육회는 이 문제에서 손을 떼고 조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과 국회, 정부가 모두 나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철저히 조사해 폭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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