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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n번방’ 성착취물 구매자 신상공개 요구한 경찰…法 불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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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경찰 1일 신상공개위 열어 공개 결정

피의자 “신상 공개 과하다” 가처분 신청

경찰, 신원 비공개로 검찰 송치

중앙일보

텔레그램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A(38)씨가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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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에서 아동 성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도록 법원이 결정했다.

춘천지방법원은 경찰의 신상 공개 결정을 거부하며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성 착취물 구매자 A씨(38)의 요청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이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곧바로 신상정보가 공개돼야 할 공익상의 긴급한 필요가 있다거나 공개될 신상정보의 범위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신상 공개는 재판으로 범죄가 확정되기 전에 범죄자라고 공개적으로 인정되는 효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원경찰청은 지난 1일 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n번방 사태와 관련 경찰이 성 착취물을 주로 구매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A씨가 처음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5조)상 경찰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 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성착취물 구매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불법촬영과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해 범죄가 중대하다”면서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최초 개설자(대화명 갓갓) 문형욱(24·대학생)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문형욱의 이름과 나이, 얼굴(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A씨는 그러나 지난 2일 변호인을 통해 “신상 공개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춘천지방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A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경찰은 3일 오후 A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이날 춘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며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A씨는 n번방의 ‘갓갓’ 문형욱(24)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에게서 성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성인들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고, 아동·청소년 8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그동안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거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앞서 n번방의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24)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부따’ 강훈(18)은 지난 4월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군의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며 기각했다.

A씨는 자신이 촬영한 불법 촬영물과 성 착취물을 유포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의 PC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죄명은 청소년성보호법과 아동복지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6개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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