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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내 책을 말한다] 이 약 먹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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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권예리·약사


선배 부모님이나 동생의 친구 같은 이들까지도 처방전이나 처방약 봉투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곤 한다. 약사인 내가 약의 부작용과 주의점을 더 솔직하고 자세히 말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처방전에는 다양한 약 제품명이 적혀 있다. 이부프로펜처럼 자주 쓰이는 성분의 약은 우리나라에서만 수백 가지 제품명으로 출시돼 있다. 그래서 나도 제품명만 보고 성분명을 바로 파악하지 못한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하는 요령이 생기지만 확실히 하느라 공식 자료를 찾아 확인한다. 성분명을 정확히 찾고 나면 그제야 그 약의 원리와 주의 사항을 말해줄 수 있다.

사실 나도 늦깎이 약사로, 약사가 되기 전에는 약사 친구에게 같은 방식으로 물어봤다. 이처럼 내가 이 약을 왜 먹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객관적이고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정보를 '이 약 먹어도 될까요'(에디트)에 담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서른 가지 약을 선별했다. 그리고 모든 약을 성분명으로 지칭했다.

성분명은 약효를 내는 물질 고유의 이름, 어느 병원이나 약국에 가도 1초 만에 알아듣는 언어다. 성분명을 알면 특정 항생제나 진통제에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의사와 약사에게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심한 전신 관절통을 겪었다면 성분을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다른 치료를 받을 때 피해달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명만 다르고 성분은 같은 약을 중복으로 먹는 일을 막고, 외국에서도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약 이름인 성분명을 익히는 일은 내가 사용하는 약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내 몸을 적극적으로 돌보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성분명과 친해지고, 약의 특징과 주의점을 꼼꼼하게 따지는 합리적 사용자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권예리·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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