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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몸무게 590g, 심장은 3㎝···심장수술 이겨낸 ‘온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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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90g의 작은 체구에 심장병까지 갖고 태어난 온이. 건강을 되찾아 3일 병원을 퇴원했다. 사진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했을 때 모습. [사진 서울대어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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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이는 ‘이른둥이’다. 임신 31주만인 지난 3월 15일 태어났다. 몸무게가 590g일 정도로 작았다. 체중이 1㎏ 미만이면 초극소 저체중으로 분류된다. 엄마 뱃속에서 일찍 나온 온이는 그만큼 폐·위·장 등 모든 장기가 미성숙했다. 특히 가로·세로 3㎝도 되지 않는 작은 심장이 가장 심각했다.



선천적인 대동맥축착증



온이는 피를 몸 안에 이리저리 흘려보내는 대동맥 일부가 좁았다. 이에 가슴 아래쪽으로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인 ‘대동맥축착증’이다.

온이는 태어나자마자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우선 의료진은 약물로 좁은 혈관을 넓혔다. 하지만 곧 심장에 부담이 전해져 이뇨제·혈압약을 투여해야 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성인도 힘든 대수술을 견디기에는 온이가 너무 작았다. 의료진은 체중이 1.2㎏을 넘어야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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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수술 자료.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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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여는 까다로운 수술



일반적으로 대동맥축착증 수술은 저체중 미숙아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심장 안쪽의 심방 또는 심실을 밖으로 드러낸 채 이뤄지는 교정술이라서다. 수 시간 동안 피를 순환시키고 산소도 공급해주는 여러 대의 인공기계장치가 동원된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빠르고 안전하게 몸무게를 늘리는 게 관건이었다. 온이의 가느다란 정맥 등을 통해 영양분이 공급됐다. 나중에는 콧줄로 따스한 모유도 전해졌다. 입으로 직접 빨지 못하는 온이의 위까지 튜브가 닿았다. 병원 측은 모유를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한 양만큼 녹여 사용했다.

체중을 늘리는 기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온이는 약물 관리 외에 관장까지 받았다. 장이 제 기능을 못 해서다. 한때는 배내똥이 장을 막아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런 온갖 어려움을 온이는 잘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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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어린이병원 김이경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온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서울대어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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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1.1kg 갓 넘어 잡힌 수술 날짜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좁은 대동맥 일부분이 점점 더 악화했다. 의료진은 더는 수술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생후 50일도 되지 않은 4월 29일 급하게 수술 날짜가 잡혔다. 당시 체중은 1.1㎏을 간신히 넘었다.

수술은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가 담당했다. 다행히 5시간의 복잡한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온이는 대동맥축착 외 동맥관개존증 수술까지 받았다. 태아의 동맥관은 엄마 뱃속에서 원래 열려 있다. 이 동맥관은 출생 후 저절로 닫히게 된다. 하지만 미숙아의 경우 잘 닫히지 않아 수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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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모습. 간호사가 다른 저체중아를 돌보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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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뛴 3cm 크기 심장



온이의 경우 대동맥이 워낙 좁아져 있다 보니 동맥관을 열어뒀다. 피가 순환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수술을 통해 동맥관을 열어둘 필요가 없어진 까닭에 닫은 것이다. 3㎝ 크기만 한 온이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수술 후 온이는 다행히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콧줄을 위까지 연결해야 했지만 젖병을 혼자 빨 정도로 좋아졌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생후 100일’도 맞았다. 잠시 상태가 나빠져 한 차례 퇴원 날짜가 미뤄지기도 했다. 온이 부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이 모든 시간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온이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드디어 지난 3일 퇴원 수속을 밟았다. 온이는 신생아중환자실을 벗어나 가족의 품에 안겼다. 590g이었던 체중은 2.2㎏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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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이를 치료한 의료진. 사진 왼쪽은 온이 수술을 맡았던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오른쪽은 신생아중환자실장인 김이경 교수. [사진 서울대어린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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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치료희망 보여준 온이"



김 교수는 “체중 1.1㎏에 불과했던 온이가 심장수술을 받고 합병증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미숙아를 가진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어떤 병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인 김이경 교수는 “온이의 부모님이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셔서 저희 의료진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이 부모는 의료진에게 연신 감사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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