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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위법·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던 13년전 윤석열…2020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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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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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관용차량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7.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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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이 15년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대검은 지난 3일 전국 고검장·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논의를 했다. 검찰 내부에서 장관의 지시가 위법하다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검사들 "장관 지시 위법 소지 있어보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검찰 내부에선 추미애 법무장관 지시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의 두 번째 지시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2일 윤 총장에게 두 가지 지시를 공개적으로 내렸다. 첫번째는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은 수사결과만 보고받으라는 것이었다. 검사들은 두번째 지시가 검찰청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이 대검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또한 검찰청 공무원이므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그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검찰 내부 중론이다.

대검은 장관의 수사지휘서를 받은 뒤 간부회의를 열어 사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장관의 지휘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추 장관 지휘권 대응 방안 논의



추 장관 지시에 위법성 논란이 제기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이 이런 지시로 인해 사퇴할 순 없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5년전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고 사퇴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전 총장이 사표를 냈을 당시에는 검찰총장과 수사팀의 의견이 같았다. 그런데 장관이 수사팀 의견과 다른 방향의 지시를 하자 항의의 표시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사팀과 검찰총장 간 의견이 다름에도 장관이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 중론이다.

윤 총장은 이날 소집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주말이나 6일쯤 보고받을 예정이다. 검사장들의 중론을 살펴보고 대응 방안이나 자신의 거취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 지시에 그대로 따를 경우 위법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서도 장관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공정한 수사와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을 지휘했다.

여지껏 윤 총장이 보여준 모습에 비춰봤을 때 그가 사표를 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윤 총장은 과거에도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 시절 외압·항명 논란에 대해 그해 국정감사에서 "상관과 주임검사가 기소의견이 엇갈릴 때에는 이의제기권을 행사해야겠지만, 위법·부당한 지시는 이의제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지 않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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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자신의 징계심의위에 참석하기 위해 법무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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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검찰 조직의 미래도 생각해야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소신도 중요하지만 검찰 조직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별수사팀장과 검찰총장은 자리가 가진 무게가 다르다는 취지다. 장관이 검찰총장은 수사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데는 법무부 장관이 더이상 검찰총장을 신임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총장이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고 나서도 계속 직을 유지할 경우 수사지휘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장관으로부터 신임을 잃었기 때문에 앞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사건 처리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때마다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독립성을 보장해달라는 항의의 표시로 윤 총장이 사표를 낼 수도 있다"면서 "조직의 앞날을 위해 윤 총장이 이번에는 소신보단 조직을 우선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지 않는다면 장관의 수사지휘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을 법무총장(법무부 장관+검찰총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윤 총장이 결단을 내리고 사표를 내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계속해서 총장 자리에 있는다 해도 이번 수사지휘처럼 수사결과만 보고받는 일이 종종 생길텐데 검찰총장이 그렇게 식물 상태라면 일선 검사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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