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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교내 성차별·아동학대 논란에도 학교·경찰 ‘뭉그적’…왜 방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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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른 적 없는데 어떻게 왔나”…학부모 진술의사 번복시켜

전문기관 “인권침해·여성 몸 대상화…일상적 발생 가능성 높아”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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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의 한 사립고에서 여학생 복장과 관련, 교사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정서적 아동학대 논란으로 파문이 일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경찰과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피해 학생이 학부모와 직접 경찰서까지 찾아갔지만 경찰은 담당자가 비번이라는 이유로 돌려보냈고 학부모에게 오히려 가해교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진술 의사를 번복시켜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학교 측의 최초 신고와 경위서를 통해 피해 학생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도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피해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당사자와의 일정 조율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해당 사립고의 A피해 학생과 학부모 B씨는 학교 안내에 따라 피해 진술을 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를 방문했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B씨는 어렵게 근무 일정을 조절해 이날 오전 10시쯤 자녀와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담당 경찰이 비번이니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에 허탈하고 화가 나는 마음으로 귀가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학교 측의 최초 신고 당시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시간이 가능할 때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다고 안내했지만 어렵게 찾아간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는 '먼저 부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왔냐'고 되물으면서 '이렇게 신고가 들어오면 교사들을 형사처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의 여청수사계 담당자 C씨는 "진술을 하러 온 게 아니고 학교 선생님이 가보라고 했다고만 이야기 한 것으로 안다"며 "피해 학생의 경위서를 받았지만 학생이 학교에서 작성한 것이고 부모님은 사건화를 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피해학생의 학부모는 "경찰이 '이렇게 경찰서로 신고하면 교사를 형사처벌 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니 겁이 났다"며 "괜히 들쑤셨다가 아이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닌지, 주동자처럼 보일까봐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학교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녀에게 가해질 혹시모를 2차 피해와 '누군가에게 큰 해를 입히는 것인가'하는 죄책감에 위축돼 진술 의사를 번복했다.

A피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 진술할 의사가 충분히 있는 나에게는 단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현장 전수조사를 나온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과정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D피해 학생은 "상담 진행 과정에서 '그래도 너희가 교칙은 지켜야지' 라는 책임을 묻는 듯한 말을 들었고 당시에 느꼈을 심경이나 기분은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며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맞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의 규칙과 제개정 절차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모니터링 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또 오는 8월 14일까지 학교규칙 제개정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시교육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달 16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피해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피해 학생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진행한 상담 조사에서도 적극적인 진술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과 관계기관은 '성차별'과 '인권침해'적인 행위 외에는 전수조사에서 유의미한 진술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간담회에 참석한 담임 교사들의 행동이나 발언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행위자를 특정할 경우 자신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을 얻을 것을 우려해 입을 닫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생과 교사 간에 진술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2차 심층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과 연루된 교사 5명을 아직도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가해 교사들과 마주하면서 여전히 생활지도를 받고 '너네가 오해하는 것 아니지?' '또 신고하는 것 아니지'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교복 치마가 비교적 짧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서 속옷이 보이는지 확인하는 행동 자체가 매우 인권침해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인지 감수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런 행위는 여성의 몸을 대상화시키고 주인으로서 자각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부정적 성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원 교수는 "남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여학생만 불러 복장을 지도한 행위도 잘못된 것"이라며 "'보이게 하니까 보는것'이라는 발언도 여성의 신체를 구경거리로 삼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도록 내면화시키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사실을 묘사하는 듯 하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이런 학교의 경우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발언이나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해당 사립고는 지난달 8일과 10일 2차례에 걸쳐 학교 복장 규정을 개정한다는 이유로 전교생 442명 가운데 1학년과 2학년 여학생 20명만 불러 치마 길이와 화장, 두발 염색, 흡연 등을 지도했다. 이곳은 전교생 442명 가운데 420명이 남학생이고 여학생은 22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 과정에서 생활지도 교사들은 여학생 간담회 공개 석상에서 치마가 비교적 짧은 특정 여학생들을 지목한 뒤 중앙으로 불러내 의자에 앉히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여러 차례 시키면서 치마 안에 입은 속옷이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 논란이 제기됐다. 간담회에서는 교사들은 '(속옷이)보이게 하니까 보는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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